손흥민 없이 2대0으로 제압했지만 왼쪽 대체 자원 황희찬 부상 이탈
요르단을 상대로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수모를 설욕하러 나섰던 축구 국가대표팀이 원정길에서 값진 승점 3을 챙겼으나 ‘부상 악재’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요르단을 2-0으로 제압했다.
9월 6일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홈)에서 0-0으로 비기고 9월 10일 오만과의 원정 2차전에서 3-1로 이겼던 한국은 2승 1무로 승점 7을 쌓아 B조 선두로 나섰다.
국내에서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3차 예선 초반 가장 험난한 여정으로 전망됐던 요르단 원정에서 승리를 챙기며 대표팀은 향후 일정에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
올해 2월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완패하며 64년 만의 우승 도전을 멈췄던 아쉬움도 간접적으로나마 달랬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승리였지만,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홍명보호엔 ‘걱정’도 생긴 경기였다.
이미 이번 경기 전부터 대표팀은 팀의 주장이자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토트넘)의 부재라는 거대 변수를 떠안았다.
웬만해서 대표팀 일정에 빠진 적이 없는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이번 소집에 합류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10월 2연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홍명보 감독이 먼저 택한 건 황희찬(울버햄프턴)이었다.
소속팀에서 최근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어도 가장 믿을 만한 카드로 꼽힌 황희찬은 왼쪽 측면에 선발로 출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다.
전반 10분께 압달라흐 나시브에게 태클을 당한 뒤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도 경기를 이어간 황희찬은 전반 21분에 에산 하다드와의 경합에서 다시 왼쪽 발목이 눌리며 결국 전반 23분 엄지성(스완지시티)으로 교체돼 나가야 했다.
황희찬이 본격적으로 측면에서 특유의 드리블 돌파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때라 더 안타까운 부상이었다.
이 외에도 대표팀은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여러 차례 부상 위협에 직면했다.
전반 32분께엔 풀백 설영우(즈베즈다)가, 전반 35분엔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연이어 아찔한 장면을 겪어야 했다.
일본의 기무라 히로유키 주심은 요르단 선수들의 태클에 관대한 태도를 이어가다가 니자르 알리시단이 황인범에게 태클한 장면에서야 처음으로 옐로카드를 꺼냈다.
전반 막바지 설영우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마인츠)의 헤더로 선제 결승 골을 뽑아낸 뒤 여유를 찾아가던 대표팀은 후반전 시작 3분 만에 황희찬의 대체자였던 엄지성마저 부상으로 잃고 말았다.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은 엄지성은 후반 6분 배준호(스토크시티)로 교체됐고, 이때 홍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를 주민규(울산)에서 오현규(헹크)로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의 투입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각각 왼쪽 측면과 최전방에 배치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2003년생 배준호와 2001년생 오현규는 후반 23분 추가 골을 합작하며 승리의 기운을 완전히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요르단의 역습에 쩔쩔맸던 아시안컵과는 달리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무실점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한 대표팀은 이제 15일 오후 8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라크와의 4차전 홈 경기를 준비한다.
대표팀은 전세기를 이용해 귀국길에 올라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전세기를 타면서 시간이 줄긴 하겠으나 장거리 비행을 거쳐 오는 선수들이 귀국 이후 남은 사흘 동안 여파를 얼마나 떨쳐낼 수 있을지, 특히 황희찬과 엄지성이 얼마나 회복할지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