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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느냐, 에너지냐…우크라 전쟁이 부른 ‘곡물 딜레마’

글로벌 | | 2022-06-14 08:30:40

곡물 딜레마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대러 경제제재로 원유 가격 폭등에 곡물 원료 ‘바이오연료’ 수요 늘어

영, 연료혼합률 ‘10%→15%’ 확대 “글로벌 식량난 부추긴다” 반발에

 

‘식량 안보’와 ‘에너지 안보’ 중에 무엇이 더 시급한 과제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국제사회에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 쪽에선 세계 식량난이 악화하면서 옥수수, 대두 등으로 만드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눈앞에 닥친 대기근 위기를 해소하려면 곡물을 에너지가 아닌 식량으로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인 러시아 석유 제재로 에너지 대란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연료 생산을 마냥 줄이는 것은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가 또 다른 위기를 부르는 ‘악순환’의 덫에 국제사회가 발목을 잡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2005년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등을 발효해 만든 바이오에탄올을 모든 휘발유에 혼합해 판매하도록 의무화한 ‘에너지정책법’을 도입한 이후 ‘E10(바이오에탄올 비율 10%) 연료’를 사용해 왔다. 최근 유가가 폭등하자 올해 여름 한시적으로 ‘E15(바이오에탄올 비율 15%) 연료’ 판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대책은 뜻밖의 반발에 부딪혔다.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어나면 글로벌 식량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식품회사들은 식량과 식용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각국 정부에 ‘바이오연료혼합 의무화 정책’을 오히려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구촌은 끼니걱정에 시름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식량부족과 가격 폭등에 시달리는 탓이다. 유럽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밀 9%, 옥수수 16%, 해바라기씨유 42%를 공급한다.

 

식량·기후·경제 관련 데이터회사 그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바이오연료에 사용되는 곡물 총량은 연간 19억 인구의 칼로리 소비량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지난해 옥수수 36%, 대두유 40%가 바이오연료 생산에 쓰였다. 바이오연료는 2007~2008년 식량 위기 당시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참여한 한 연구는 바이오연료 시장 급성장이 옥수수 가격 상승에 20~50%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유엔 식량권 담당 조사관은 바이오연료에 사용되는 곡물량 증가에 대해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식량 위기를 두고도 ‘바이오연료 양보론’이 한 가지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세계자원연구소는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연료에 사용되는 곡물을 50%만 줄여도 우크라이나 밀, 옥수수, 보리 손실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바이오연료업계는 “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밀은 제빵용이 아닌 사료용으로, 전체 생산량 2%에 불과하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생산 제한이 오히려 재생 에너지 손실, 에너지 독립손실 농업 소득 악화,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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