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비명 지르고 패닉", "인생최악 경험", "아이들 재빨리 붙들고 대피"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 가족도 실종…"한국인 피해상황 아직은 없어"
붕괴 원인은 아직, "지붕 공사중" 보도도…바이든 "연방정부 전폭 지원"
플로리다주에서 24일 새벽에 발생한 아파트 붕괴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12층짜리 아파트의 북서쪽 절반 가까운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이날 오후 기준으로 1명이 사망하고 99명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미 당국은 행방불명자들이 모두 사고 당시 아파트에 있었다고 단정 짓지 못한다면서 수색 작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매몰된 희생자가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 영상에 잡힌 붕괴 순간…폭파로 철거하듯 '폭삭'
CNN 등 미 언론이 보도한 붕괴 순간의 영상에 따르면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12층짜리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의 중간 부분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러고 6∼7초 뒤 그 오른쪽도 뒤따라 붕괴했다.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먼지가 자욱했다.
사고 당시는 오전 1시 30분께로, 대부분 사람이 잠들어 있던 시간대였다.
CNN은 목격자들의 전언을 빌어 "천둥처럼 큰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7층 711호 거주자인 로시 산타나가 찍은 자택 내부 영상에는 사고 당시 천장에서 모래와 먼지로 보이는 이물질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산타나는 영상을 가리키며 "저게 우리 아파트, 내 가족의 아파트로 휴양지로 사용하는 곳"이라면서 "그곳을 비울 때면 움직임을 감지할 때 찍히는 카메라를 설치하기 때문에 찍힌 것이다. 일정부분 녹화됐다가 연결이 끊겼다"고 말했다.
산타나의 아파트 역시 이날 붕괴한 55가구 중 하나였다.
그는 "난 지난 3주 동안 거기에 있었고 어제 떠났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곳곳 비명 속 대피 '패닉'…"최악의 경험"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천둥 같은 소리에 깨어나 건물 밖으로 대피를 시도했다.
목격자들은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패닉에 빠진 상태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족과 함께 인근 리조트로 대피한 애런 마일스는 "끔찍했다. 아이, 어른 모두 비명을 질렀고 여성과 애들은 울었다"며 "로비로 갔을 때 먼지와 잔해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밖으로 나왔다.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라고 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 일행을 주차 안내요원이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버지니아에서 휴가차 이곳에 머물렀다는 그는 "어제는 이 건물에 어떤 것도 안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사고당시) 우린 정신을 차렸고, 건물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애비게일 크로스비는 함께 있던 5명의 아이를 재빨리 붙잡고 대피했다고 전했다. 그는 "손에 잡히는 게 뭐든 다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24일 오후 현재까지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미 경찰은 붕괴한 건물에 사는 9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주변에 사는 이들에 따르면 사고 아파트에는 대부분 마이애미에서 일하는 이들이 살고 있고 가족과 노인이 적지 않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 가족도 실종된 듯
무너진 아파트에는 미국인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파라과이 대외관계부는 사고 직후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의 자매와 그 가족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파라과이 정부는 영부인의 자매와 그녀의 남편 및 세 자녀가 이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었다면서 이들이 건물 붕괴 후 실종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파라과이 정부는 현재까지 총 6명의 자국인이 실종 상태라고 트윗했다.
미국 주재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영사관도 이날 붕괴 사고 후 자국민 각 9명, 4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한국인의 피해 소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우리 국민에 대한 피해 상황은 없다"며 "추가로 확인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 사고원인은 '아직'…"해당 건물 지붕 공사 중" 보도 나와
건물 붕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건물은 1981년에 지은 것으로, 만 40년이 된 노후 아파트다.
CNN은 "이 아파트는 지붕 공사를 하던 중"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붕괴의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연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현지 단체장 및 의원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책임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붕괴상황을 다룬바 있는 소방구조대가 온전하거나 붕괴한 건물에서 많은 이들을 구했다"고 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적십자의 도움을 받아 건물 붕괴로 집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이 24일 오후까지 9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당국은 사고 현장 인근에 실종자를 찾기 위한 가족상봉센터를 설치했다. 또 행방불명된 친척이나 지인이 있다면 신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