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강말희
(시인·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태초에 강렬한 빛이 생성되어
어둠끼리의 투쟁은 끝이 났고
긴 암흑을 가른 칼날 같은 여명으로
시퍼런 만물의 정기가 눈을 떴다
반짝임은 캄캄함이 짙을수록 현란하고
이글거리는 태양과 차디찬 달빛을 품은
지고의 바람은 절대 자의 섭리로
우주의 완벽한 조화 속을 회오리 친다
한 생명이
어미의 탯줄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
또 다른 새벽은 이미 와서
유일한 존재의 시작을 알린다
빛의 전원인 하늘이 하루로 여 닫히며
생과 사의 한계에 순응하고
행과 불행, 인연과 악연 사이의 고리를 끊어
시지포스의 절망을 굴리는 듯한 일상에도
아침이면 환희로 쏟아질 햇살이 있음을 일깨운다
메마른 운명으로 신음 하는 생의 목 마름에
샘물처럼 솟는 맑은 기를 쏟아 붓고
시한 부 인생이 육체적 욕망에 비틀거릴 때
첫날의 선구자 되어 희망을 재촉한다
해를 더 할 때마다 참된 자아를 지향하여
삶은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다독인다
깊은 어둠 속에 먼 동은 잉태되고
내일은 늘 밝은 새벽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