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아틀란타 한인교회 담임목사>
캔자스에서 목회를 할 때 하이웨이에서 차가 선 적이 있었습니다. 교회 남자 집사님 한 분과 함께 급하게 공항으로 가다가 그만 연료 게이지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차가 정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급하게 911에 전화를 해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고속도로 순찰차(Highway Patrol)가 왔습니다. 그리고 자기 차에 부착된 하얀 플라스틱 관을 꺼내서 우리 차에다 연결을 했습니다. 그리고 1갤론의 기름을 넣어주었습니다. 기름 값을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교통순경은 “무료”라는 말을 하고 금방 사라졌습니다. 옆에 있던 집사님이 감동해서 미국을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나님이 미국을 축복하셨는지 한 가지만 보아도 다 알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금방 고속도로 출구를 만났고, 나가자 마자 주유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이번에는 가스 주유구에 기름이 흘러 넘칠 때까지 기름을 꽉꽉 밟아 채워 넣었습니다. 주유를 거의 끝마쳤을 때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흑인 아이 하나가 빨간색 기름통을 들고 바로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1갤런의 기름을 통에 넣어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거지들이 구걸을 하면 1불짜리 한 장을 주면 대부분 해결이 되었는데, 기름 1갤론을 넣어 주는 것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선, 1갤론의 양이 얼마만큼 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채워주었는데, 거의 10불 정도에 해당되었습니다. 차 안으로 들어가자 옆에 있던 집사님이 화를 내며 한마디 했습니다. “아니, 목사님, 왜 그렇게 기름을 많이 넣어 주셨습니까? 저런 아이들 때문에 정말 미국이 큰 문제입니다.”
똑같은 상황인데 1갤론의 기름을 받을 때는 미국이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감사한 나라였고, 1 갤론의 기름을 남에게 줄 때는 정말 문제가 많은 나라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우리는 받는 데는 '익숙'하고, 주는 데는 '인색'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기도의 거의 대부분은 달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섬기는 예수님은 철저하게 베푸시고, 마지막에는 당신의 생명도 나누어 주셨는데, 그 분을 따른다는 우리들은 우습게도 받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 인류에게 생명을 주시려고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탄절 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문화가 발달 할수록 더욱 더 아쉽고 부족한 것이 사랑입니다. 혹시, 우리 주변에 1갤론의 사랑을 기다리며 외롭게 서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주님의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