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화제] 노숙자 오아시스…‘스키드 로우 마켓’

미주한인 | | 2022-07-27 08:22:01

스키드 로우 마켓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생활필수품 만물상부터 소셜워커·중재자까지

 

 스키드 로우 피플스 마켓을 운영하는 대니 박씨가 가게를 찾은 손님의 배스킷을 들어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LA 타임스 제공]
 스키드 로우 피플스 마켓을 운영하는 대니 박씨가 가게를 찾은 손님의 배스킷을 들어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LA 타임스 제공]

LA 다운타운 홈리스 밀집 지역인 ‘스키드 로우’에서 한 블럭 거리에 한인이 운영하는 만물상이 있다. 바로 한인 2세 대니 박(38)씨가 운영하는 ‘스키드 로우 피플스 마켓’이다.

 

이 곳은 스키드 로우 텐트촌에 사는 이들과 지역민들이 생활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주로 야외에서 보관 가능한 음식과 드링크 믹스 같은 음료 등이 비축돼있다. 더운 날이면 얼음을 팔고 추운 날에는 양말을 하는 피플스 마켓은 단순히 만물상이 아니다. 마켓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직원들은 심리치료사나 소셜워커의 역할을 해주고 때로는 친구가 되거나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 26일 LA 타임스가 ‘스키드 로우 상점이 흑·한 역사 속 긴장을 해결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마켓업주 대니 박씨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4.29 폭동 여파로 사업체를 잃은 부모 아래 자란 그가 트라우마와 중독의 삶에서 얻은 경험을 장사 밑천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스키드 로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스키드 로우 피플스 마켓은 원래 그의 부모 메이·밥 박씨 부부가 ‘베스트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상점이었다. LA 폭동으로 한인업주들이 하나둘씩 터전을 잃으면서 스크린인쇄업을 하던 그의 부모는 파산을 했고 1995년 스키드로우 지역의 마켓 임대를 인수했다. 생활고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1984년에 태어난 대니 박씨는 이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겪었고 두순자 사건이 전국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시기를 성장기를 보냈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와 리커 스토어를 운영했던 할아버지 가족은 사업이 망하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아버지 역시 사업 실패 이후 술에 취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 역시 어려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공공장소에서 만취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아들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아버지는 실패한 이민생활을 탓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급기야 2018년 폭동과 사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했던 아버지는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UC 샌디에고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에서 꿈의 직장 ‘나이키’에 다니던 대니 박씨는 아버지가 작고하자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돕기 위해 LA로 돌아왔다.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2015년 제일 먼저 ‘베스트 마켓’을 인수해 ‘스키드 로우 피플스 마켓’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외벽을 밝은 색으로 페인트칠했고 마켓 앞에 게시된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 ‘환불 불가’ 사인 위로 ‘기쁨은 저항의 행위’ ‘우리가 먹을 수 없고 영양분을 줄 수 없다면 어떻게 진정한 주권자가 될 수 있을까’ 같은 고무적인 문장들을 함께 붙이기 시작했다.

 

스키드 로우 사람들을 위한 만물상이 트라우마와 중독의 삶에서 얻은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공간,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커뮤니티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며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몇 년째 계속된 ‘스키드로우 피플스 마켓’의 선한 행위는 가끔 보답으로 돌아온다. 마켓 문 앞에서 홈리스 위기를 직접 접한다는 그는 “스키드 로우 피플스 마켓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팔고 따뜻한 말한마디를 건네는 것으로 심신이 병든 이들을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하은선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국 원정출산 산모 수술후 후유증 사망
미국 원정출산 산모 수술후 후유증 사망

한국 알선업체 통해 와괌 리조트에 혼자 방치적절한 치료 받지 못해 한국 알선업체를 통해 미국령인 괌으로 원정출산을 온 한국인 산모가 출산 12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또 한인학생 대상 인종차별 ‘학폭’ 사건

가톨릭 고교 하키팀서욕설·왕따 등 따돌림샤워실 알몸 몰카까지학교 측은 미온 태도부모“끝까지 싸울 것” 한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학교 폭력 사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드러

“모친 살해 한인, 정신분열증 앓았다”

기도를 위해 머물렀던교회사택서 참극 발생“목사가 발견해 신고” 자신의 어머니를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7일 경찰에 체포된 한인 존 김(39·본보 11일자 A1면 보도

모친 폭행살해 혐의 30대 한인남성 체포
모친 폭행살해 혐의 30대 한인남성 체포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서현장서 경찰에 붙잡혀2급 살인 혐의로 수감 30대 한인 남성이 자신의 노모를 무참히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전국 주의회서도 한인 정치인들 대거 당선 ‘약진’
전국 주의회서도 한인 정치인들 대거 당선 ‘약진’

전국 한인 후보들 선전  지난 5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각급 선거에서 한인 후보들의 승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동부 뉴욕부터 최서단 하와이까지 미 전국에서 출마한 한인들

[인터뷰] “이민사 120년 만의 기회… 새로운 역사 쓰겠다”
[인터뷰] “이민사 120년 만의 기회… 새로운 역사 쓰겠다”

연방상원 앤디 김 당선인“미주 한인사회 위해 발 벗고 나설 것”한인 차세대에“우리의 목소리 내자”  한인 최초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뉴저지주의 앤디 김 당선인이 5일 밤 당선 소

앤디 김 당선… 한인 최초 연방상원의원 탄생
앤디 김 당선… 한인 최초 연방상원의원 탄생

연방하원 3선 중동통… 기득권 혁파 승부수 “한인사 120년만의 성과…겸손히 임할 것”   한인 최초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당선인이 지난 5일 뉴저지주 체리힐의 더블트리

페루서 고아들에 헌신하던 미주 한인의 ‘비극’
페루서 고아들에 헌신하던 미주 한인의 ‘비극’

현지 봉사활동 떠났다가강도 폭행에 ‘식물인간’2년만에 결국 하늘나라로가족“한인들 도움 절실” 정성범씨와 에밀리 부부가 페루 아이들과 함께 한 모습. [가족 제공] 지난 2020년

한인 남성, 75세 여성 성폭행 체포

샌디에고 카운티 지역서 반려견 돌봄 위장 침입  50대 한인 남성이 75세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샌디에고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솔라나비치에 거주하는 52

마약자금 세탁·거액 탈세 한인 ‘유죄’

LA 의류업체 업주 부자“최대 1억달러 벌금 가능” 4년 전 약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탈세한 혐의로 적발된 의류업체 ‘세투아 진’의 한인 업주와 그의 아들에게 유죄 평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