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사회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상조회인 미주한인상조회(회장 이용이)가 결국 해산 사태를 맞으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상조회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됐던 것으로 ‘터질 것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는 게 한인사회의 반응이다.
미주한인상조회를 비롯해 현재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러 상조회들이 이민 연륜이 깊어지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그간 사망 회원이 크게 늘어 상조금 지급이 급증했지만 신규 가입은 급감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조금 지급 금액은 반토막이 난지 오래됐고, 회원들이 내는 회비를 해마다 인상돼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였다. 또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망하는 상조회원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번에 결국 문을 닫게된 미주한인상조회의 경우 과거 회원수가 2,000명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 2013년에는 회원수가 1,600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500명 수준으로 급락해 사망한 회원 유가족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조금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이 상조회는 가입한 지 3년이 지난 회원이 사망할 경우 유가족에게 상조금으로 1만1,700달러를 지급해왔지만, 회원수가 급감하면서 상조금 지급액이 최근 4,000달러까지 줄어 가족 측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이 상조회가 보유한 자산은 25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약 500명으로 추산되는 남은 회원들이 자산을 분배받을 경우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5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 상조회 회원들은 대다수가 가입한 지 10년 이상인 경우가 많아 상당수의 회원들이 그간 납부한 회비만 1만달러가 넘고 있어 이들은 자신들이 납입한 회비의 95%를 보전 받지 못하게 됐다.
한인 상조회들은 10년 전만해도 연회비 30달러에 월 70달러 정도르 납입해왔으나 재정난으로 몇년 전부터 연회비와 월납입금이 크게 올라 회원들 중에는 납입금이 2만 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어 이번 해산사태로 입게될 상조회원들의 잠재적인 피해 규모는 400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미주한인 상조회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러 한인 상조회들이 신규회원 가입 급감과 1세 가입자들의 사망 급증으로 회원 유가족들에게 정해진 상조금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어 해산하는 상조회들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미 30년 역사를 가진 금란노인상조회가 상조금 지급 불능을 이유로 지난해 해산한 바 있어 이번 미주한인상조회 해산은 회원수가 많고 역사가 오랜 주요 한인 상조회들 중 두 번째 해산 사례다.
한인 상조회들의 재정난과 잇따른 해산 사태가 지난 10여년간 급속도로 달라진 1세 한인들과 한인 사회 현실을 도외시한 채 상조회들이 정관 개정 등 내부 개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규회원 모집이 어렵고 사망하는 회원수가 늘면서 재정난이 예견되는 데도 수십년전의 정관 규정을 고집해 재정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또 상조회 이사회와 운영진이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곳들도 적지 않아 투명한 자금 운영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