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흑인 사망사건 항의 시위와 폭력 사태로 전국 곳곳의 한인사회 피해도 커지고 있다.
2일 각 지역 한인회와 공관들에 따르면 이날까지 시위와 관련해 약탈과 방화 등의 피해를 본 한인들의 사례 신고는 필라델리아와 시카고, 워싱턴 DC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요 대도시 지역들에서 최소한 80여 건에 이르고 있다.
흑인 인구가 많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한인사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50곳 안팎의 한인 업소들이 약탈 공격을 받았다. 이중에는 미용재료상 30여곳을 비롯 셀폰 업소와 약국 등이 포함됐다. 나상규 펜실베니아 뷰티서플라이 협회장은 “한인 뷰티서플라이 점포가 100개 정도이니 30%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주말 시위가 격화했다가 주방위군이 배치되면서 폭력 수위는 다소 진정됐지만 주방위군이 다운타운에 집중 배치되다보니 도심에서 떨어진 한인 상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소유의 한 대형 상가는 4~5시간 동안 모두 털렸지만 경찰은 수차례 신고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300만~400만 달러 상당의 물건들로,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박스째 물건을 실어갔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 “밤 12시뿐만 아니라 새벽 2~3시에도 6~10명씩 몰려다니면서 털고 있는데 심야 통행금지는 있으나 마나”라며 “우리는 그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워싱턴 DC와 근교 지역에서도 한인 편의점 등 10여 곳의 한인 업소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도심의 한인 식당들과 의류업소 등이 피해를 당했다. 지역매체인 CBS 시카고는 사우스 사이드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의류 업주 김학동씨의 사연을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저녁 김씨는 자신의 상점에 있었지만, 무력하게 약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이곳에서 나가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서 약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