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사진가 강미현씨는 남편, 3살배기 딸과 함께 한국에 영구 입국하기 위해 모든 짐 정리를 마치고 지난 22일 뉴욕 JFK 공항을 찾았다가 공항 당국으로부터 강씨의 남편은 입국이 불가하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남편은 한국 정부에서 최근 무비자 입국을 금지한 전 세계 90개 국가들에 속하는 아르헨티나의 국적자이기 때문이었다. 영구 귀국을 위해 살던 집까지 정리한 강씨는 졸지에 오갈 데 없는 상태에 놓여 현재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이처럼 외국 국적자와 결혼을 한 미주 한인들 중 일부가 배우자가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이 금지된 국가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조국에 기약없이 방문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전 세계 90개 국가들(미국은 제외)을 상대로 사증 면제와 무사증입국을 잠정 정지하고 모든 외국인의 기존 단기 비자 효력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씨 가족의 경우 뉴욕 총영사관에 한국 입국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영사관의 잘못으로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따라 해당 국가 외국인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한국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에 따라 강씨가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남편이 한국 영사관에서 단기방문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뉴욕 총영사관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업무를 전면 중단한 상태여서 긴급 비자를 제외한 단기 비자 발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씨는 “앞서 17일에 뉴욕 총영사관 측에 전화해서 남편이 아르헨티나 국적자인데 한국에 방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물었고, 영사관 측에서 결혼증명서만 있으면 방문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영사관의 잘못된 설명으로 22일 공항에 가서 허탕을 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뉴욕 총영사관 민원실장 운옥채 영사는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뉴욕 총영사관은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지난 4월6일부터 민원실 운영을 중단했다”며 “때문에 13일부터 시행된 한국 정부의 90개국 무사증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한 자세한 세부사항을 모든 직원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착오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운옥채 영사는 “현재 뉴욕 총영사관은 직계 가족 사망 등과 같은 긴급한 상항에 놓인 국민들을 대상으로만 긴급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데, 강씨 가족의 문제 또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매일 한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바뀌는 입국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있다는 강씨는 “하루 아침에 어린 딸아이와 함께 뉴욕에서 오갈데 없는 신세가 돼 걱정이 많다”며 “하루 빨리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입국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