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립대 민병갑 교수
재외한인학회 세미나서
주류사회로의 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재미동포 차세대의 민족성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유대인 커뮤니티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재외한인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미동포 2∼3세대 한인의 정체성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민병갑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한인 2세의 50% 이상이 타민족과 결혼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주류사회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민 교수는 "188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 이탈리아·아일랜드·폴란드의 가톨릭계, 헝가리·소련·그리스의 동방정교계 이민자 2천800만 명은 50년 후 백인사회에 자리 잡았으나 유대인을 제외한 나머지 민족들이 모두 정체성을 상실하는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대인 민족단체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주요 대학마다 유대인센터와 유대인학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문적 연구를 통한 커뮤니티 발전 방안을 마련해 '뿌리교육'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인의 혼혈 비율도 25세 이상에서는 9%지만 9∼25세는 26%, 8세 이하에서는 43%에 달한다"며 "대부분 3세대인 혼혈인들이 성장한 20년 후에는 이들의 정체성 유지 여부에 따라 한인커뮤니티의 존속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인사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은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R) 내의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가 유일하다"며 "동부지역에서는 '재외한인연구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모국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정은주 연구위원은 "이스라엘 정부는 해외 유대인 청소년 모두를 대상으로 10일간 모국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모국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갑룡 송원대 교수는 "재미동포 사회뿐만 아니라 재중동포, 재일동포 사회 등 여러 곳에서 한인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도록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