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월즈, 이라크 파병 회피 의혹”
월즈 “트럼프 시절 폭력 범죄 늘어”
11월 대선의 대진표 완성과 함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 즉시 공격력을 뽐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상승세를 견제하기 위해 공화당 측 맞상대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양당 대선 후보의 표정은 판이하다. “즐겁게 싸우자”고 다짐하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는 반대로 공화당의 희망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처지가 짜증스럽다.
밴스는 7일 오전 격전지인 미시간주 셸비타운십 유세에서 월즈의 주방위군 복무 경력을 두고 “월즈에게 조국이 ‘이라크에 가라’고 요구했을 때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월즈는 제대했다. 소속 부대는 그가 빠진 채 이라크로 갔다”고 자문자답했다. 본인의 해병대 시절 이라크 파병 복무 이력과 대비시킨 것이다.
월즈의 ‘총기 규제 필요성’ 강조 발언도 문제 삼았다. 해리스 캠프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동영상을 보면, 월즈는 “전쟁 때 내가 휴대했던 무기는 오직 전쟁 때만 휴대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밴스는 “거짓말을 했고, 용맹을 훔쳤다”고 꼬집었다. 참전 경험도 없는 월즈가 군 경력을 윤색했다는 뜻이다.
애초 공화당이 내려던 흠집은 ‘급진 좌파’였다. 트럼프는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월즈를 ‘공산주의자’로 부르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보다 더 좌파”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미국 내 친(親)노동·진보 세력의 구심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월즈가 1989년 중국의 한 학교에서 1년간 영어를 가르치고 신혼여행을 중국으로 간 사실도 공화당에는 빌미다. 친중국 행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독일 주재 미국대사 등을 지낸 리처드 그레넬은 엑스(X)에 “마르크스주의자 월즈보다 더 중국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썼다.
첫 전장(戰場)은 중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오대호 주변 공업지대)였다. 오랜 민주당 텃밭인 데다 2020년 대선 때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겼지만, 2016년 트럼프에게 넘어간 뒤 치열한 경합주가 된 지역이다. ‘해리스팀’이 이날 오후 위스콘신·미시간주를 차례로 찾았고, ‘트럼프팀’의 경우 밴스가 오전 미시간, 오후 위스콘신을 각각 방문했다. 두 팀 모두 전날엔 펜실베이니아주에 들렀다.
해리스팀은 역할을 분담했다. 비전 제시와 공약은 해리스 몫이다. 그는 약 1만5,000명이 몰린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유세에서 “자유와 연민, 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과 공포, 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월즈는 공격수다. 트럼프를 겨냥해 “그는 (재임 중) 미국 경제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폭력 범죄가 늘어났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또다시 꼬집었다.
밴스는 불법 이민과 범죄의 연결고리를 부각했다. 현 정부를 ‘해리스 행정부’로 부르며 해리스를 질책하는 데 주력했다.
양당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민주당에는 활기가 넘친다. 디트로이트에서 해리스는 진보를 위해 싸우는 ‘즐거운 전사들’로 해리스팀을 묘사했다. 온라인에 불어닥친 열풍 덕에 무명이던 월즈가 순식간에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월즈가 지명된 뒤 24시간 동안 모금된 돈은 3,600만 달러(약 495억 원)에 달했다.
트럼프 캠프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지난달 암살 위기를 겪으며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한 트럼프 덕에 공화당에 만연했던 승리 낙관 기류는 위기감으로 바뀌었다. WP는 “지지율 급등과 쏟아지는 보도 등 해리스의 승승장구를 보며 트럼프의 불평이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