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속 AI 업체에
반감기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대형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코어사이언티픽의 애덤 설리번 최고경영자(CEO)는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AI 관련 계약을) 공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면서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업체는 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주 등에 코인 채굴용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달 AI 클라우드 제공업체 코어위브와 시설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코어사이언티픽 측은 이 계약을 통해 12년간 47억 달러 규모의 매출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굴업체 헛8은 기존 인프라 시설을 AI 기업들의 수요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헤지펀드에서 1억5,0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AI 부서도 별도로 만들었다. 다른 채굴업체 비트디지털은 지난 1월 2억7,500만 달러를 받고 한 AI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에 3년간 데이터센터 공간을 빌려주기로 계약했고, 캐나다 업체 하이브는 AI용 데이터센터 사업에 인프라를 제공해 매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디지털의 샘 타바는 “반감기로 하룻밤 사이에 이익이 반토막 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사업하는 게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AI 개발사들에 인프라를 임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지난 4월 반감기 시행으로 동일 자원을 투입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비트코인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인데, 최근의 AI 붐은 이들에게 더 안정적으로 많은 이익을 거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 업체는 채굴에 필요한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대형 데이터센터를 가동해왔으며 이를 위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와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AI 업체들도 이들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업체들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채굴업체들의 시설을 빌려 쓰는 것이 더 빠르고 저렴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AI 업체들은 채굴업체의 반도체를 이용하거나 자신들의 칩을 채굴업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방식의 계약을 늘리고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HPC급 데이터센터를 처음부터 건설하려면 (일반적으로) 3∼5년이 걸린다”면서 AI 프로젝트에 대한 최근의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전력 확보 경쟁으로 인해 저렴한 전력을 갖춘 기업들에 프리미엄(웃돈)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