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성장 과정에서는 자기만의 성격이 형성된다. 각자만의 기질과 성격이 주택을 구입할 때도 잘 드러난다.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이웃과 쉽게 대화할 수 있는 걷기 편한 동네를 선호할 것이다. 반대로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면 시끌벅적한 도심보다는 시골의 한적한 동네가 적합하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도 성격 때문에 쉽게 구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주택 구입에 방해되는 바이어 성격 유형과 적절한 대처 방안을 부동산 전문가와 심리학 전문가들로부터 알아봤다.
포모형‘현재 나온 매물 조건에 집중’
욜로족은‘장기 목표를 세우는 노력’
◇ 포모 증후군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포모 증후군 유형의 바이어는 주택 구입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 집을 사면 나중에 나올 더 좋은 집을 못 사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집을 보러 다니고 구매 오퍼는 한 번도 제출하지 못한다. 완벽한 집이란 없기 때문에 포모 증후군에 사로잡히면 평생 내 집 마련이 힘들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포모 증후군 바이어는 가정을 반복하는 습관을 당장 끊고 지금 나온 집의 조건에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윌리엄 슈뢰더 심리 상담사는 “‘인지 행동 전략’은 완벽한 조건의 집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 깨고 주택 구입 결정을 둘러싼 불안감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훈련”이라고 소개했다. 슈뢰더 상담사는 마음 챙김과 일기 쓰기 등을 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현재 필요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포모 증후군에 사로잡힌 바이어를 흔히 볼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컴퍼스의 젠 튜라노 에이전트는 원하는 조건을 가장 많이 충족한 집을 선택하면 포모 증후군과 주택 구입에 따른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집을 찾을 때 필요한 조건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을 보러 가서 하나씩 확인하는 방법이다. 튜라노 에이전트는 “마음에 드는 집이 부족한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부족한 조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면 구입을 진행해도 큰 무리는 없다”라고 조언했다.
◇ 욜로족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자!’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욜로족은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이 같은 성향이 소비 행태에 그대로 나타나는데 때로는 과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쩌다 한 번쯤 고급 식당에 가서 평소 먹고 싶었던 비싼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주택 구입 시 욜로족 성향이 나타나면 평생 후회할 재정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슈뢰더 심리 상담사는 욜로족 성향이 나타나는 원인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이 낮아 남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인가? 아니면 남에게 뒤지고 싶지 않은 사회적 압박 때문인가? 욜로 성향의 바이어는 목표 설정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욕망을 충족하려는 계획보다 장기적인 행복감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또 자신의 주택 구입 능력을 파악해야 무리한 주택 구입을 피할 수 있다. 현재 소득과 부채, 모기지 이자율 등을 기반으로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해야 높은 주택 비용 때문에 다른 생활비에 지장을 받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전락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만 현재 재정 능력으로 구입하기 힘든 집과 현재 재정 능력으로 구입 가능한 집의 조건을 비교한다. 구입 가능한 집이 갖추지 못한 조건이 간단한 수리나 리모델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구입한 뒤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다. ◇ 완벽주의자
완벽한 주택 매매 타이밍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바이어에게 완벽한 타이밍이란 집값이 가장 낮을 때고 셀러에게는 반대로 집값이 가장 높을 때가 완벽한 타이밍이다. 집값은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에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 시세와 거래량 등 주택 시장 상황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에 도움이 된다.
완벽주의자 성향의 바이어는 주택 시장에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완벽주의에 대한 믿음과 시장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시장 위험과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인지 재구성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을 예측하려는 노력은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완벽한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현재 시장 상황에서 구입 가능한 가격대 주택 구입을 목표를 세우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다.
◇ 관망형
주택 구입 결정은 일생일대의 결정이다. 하지만 높은 부담감으로 주택 구입 결정을 주저하면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된다. 중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선 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통해 의사 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주택 구입 결정을 미루는 관망 형 바이어는 부동산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에?’라는 질문에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이 반영된 답을 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라야 결정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 사소한 결함에 집착
요즘 집을 그냥 내놓는 셀러가 없다. 마치 모델 하우스처럼 깔끔하게 단장해서 나온 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이어들의 눈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청소 상태나 실내 단장이 조금이라도 덜 된 집은 눈에 차지 않아 먼 길을 왔다가도 그대로 발길을 돌리는 바이어도 많다.
겉으로 보이는 상태나 사소한 결함에만 집착하다 보면 보석 같은 매물을 놓치게 되고 요즘 같은 주택 시장 상황에서는 내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어떤 바이어는 카펫 얼룩과 벽면에 생긴 일부 자국을 보고 어렵게 찾은 매물을 스스로 발로 차버린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상태보다 더 중요한 주택의 골격이나 실내 구조, 주택의 입지 조건을 주택 구입 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