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세계 최저 ‘셀프 경신’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한국에서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0.7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건수가 늘어난 점을 향후 출산율 개선 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최근 심화하는 출산 기피 현상 등에 비춰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 기록이다. 2016년(40만6,200명)까지 40만명을 웃돌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 40만명을 하회한 데 이어 2020년(27만2,300명)과 2022년(24만9,200명) 각각 30만명, 25만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전년보다 0.4명 감소한 4.5명으로 집계됐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작년 0.72명이었다.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실제로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하며 0.70명선마저 붕괴됐다. 사상 첫 0.6명대 분기 출산율이다. 4분기 출생아 수는 5만2,618명으로 1년 전보다 3,905명(6.9%) 줄었다. 작년 12월 출생아는 1만6,253명으로 1년 전보다 643명(3.8%) 감소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여성의 첫째아 출산연령(32.6세)도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저출산 기조가 가속화한 만큼 올해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0.7명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는데 현실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명목으로 380조 원의 세금을 들이부었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경제 발전 수준이 엇비슷한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인구는 지난 2020년부터 자연감소 중이다. 향후 인구 소멸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