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택 시장 성수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3월을 전후로부터 늦여름까지가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다. 자녀의 여름 방학과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주택 구입을 마치려는 수요가 이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주택 시장 성수기가 조금씩 앞당겨지기 시작했다.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연초 심지어 연말부터 매물 사냥에 나서는 바이어가 늘어난 것이다. 주택 시장 성수기가 앞당겨지다 보니 셀러도 덩달아 바빠질 수밖에 없다. 봄이나 여름까지 기다렸다가는 자칫 바이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인데 성수기를 앞둔 지금 집을 팔면 유리한 이유를 알아본다.
대선 불확실성 커지기 전 파는 것이 안전
이자율 다시 오르면 처분 기회 또 놓쳐
◇ 이자율 떨어져 구입 부담 감소
지난해 많은 셀러가 집을 내놓기를 꺼린 이유가 바로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작년 10월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이 23년 만에 가장 높은 7.79%(프레디맥 집계)까지 치솟았는데 이로 인해 이른바 ‘이자율 고정 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났다. 이자율 고정 효과는 새로 구입할 집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현재 보유한 이자율보다 높아 집을 팔지 않는 현상이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조사에서 당시 주택 소유주 중 3분의 2가 보유한 이자율은 4% 미만으로 매우 낮았고 90%가 넘는 주택 소유주가 적용받는 이자율 역시 6%를 넘지 않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 소유주들이 왜 집을 내놓지 않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같은 현상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말부터 이자율이 지속해서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말까지 약 6% 중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이자율이 너무 높아 집을 팔지 못했던 주택 소유주 중 일부는 이제 집을 팔고 새집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특히 장기 보유로 집값이 많이 오른 주택 소유주 중 성수기를 앞두고 집을 내놓는 셀러가 늘어날 것을 기대된다.
◇ 대선 불확실성 커지기 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뜨겁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는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택 시장도 일시적으로 침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올해는 바이어들이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보다 모지기 이자율 동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침체는 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불확실성이 가시화하기 전에 집을 내놓는 것이 좋다.
대통령 선거를 약 8개월 앞둔 현재 대통령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띤 지역이 작년보다 많아졌다. 따라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집을 팔 계획이 있다면 봄철 성수기까지 기다리기보다 불확실성이 덜한 지금 집을 내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 매물 부족해 빨리 팔려
올들어 주택 매물이 늘고 있지만 주택 수요 대비 여전히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매물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아직 본격적인 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 시장이 나온 매물이 모두 소진되는 데 약 6개월 정도 걸릴 때 매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로 본다. 그런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 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을 정도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매물이 부족하면 집이 빨리 팔리기 때문에 셀러가 여러 거래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댈러스 부동산 에이전트 신디 앨런은 “매물이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6개월을 크게 밑돌 정도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가격이 적절하고 큰 결함이 없는 매물은 연초에도 불구하고 빨리 팔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바이어 작년보다 늘어
올해 주택 구입을 계획 중인 바이어가 많은데 이 중 일부는 이미 에이전트에게 집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며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중이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1월 28일 기준 집을 보여달라는 요청인 ‘쇼윙’(Showing) 요청이 전주 대비 6%나 늘었다. 모기지 이자율이 6%대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이제 주택 구입에 나서도 될 때라고 판단한 바이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셀러가 현재 보유 중인 집을 팔면 이사 갈 새집을 구입해야 하는데 구입 경쟁이 심해지기 전인 지금 구입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겠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을 비싸게 팔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정확한 타이밍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이 바로 상당히 유리한 타이밍이라는 조언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부동산 업체 켈러 윌리엄스의 세드릭 스튜어트 에이전트는 “현재 주택 시장은 셀러스마켓으로 주태 거래 시 셀러가 주도권을 쥔 상태”라며 “또 주택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기 직전으로 경쟁을 피해 내 집을 마련할 좋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 이자율 오르면 처분 기회 또 놓쳐
조만간 집을 팔고 새집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모기지 이자율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현재 이자율은 작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를 보면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해소 노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물가가 고집스럽게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노동 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 노동 시장 강세로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고 이에 따라 모기지 이자율은 상승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모기지 이자율이 다시 오르면 지난해와 같이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셀러들은 내 집 마련은 물론 주택 처분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으로 주택 수요가 늘어난 지금이 주택 처분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