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미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누적되는 연방정부의 적자가 미국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마저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연방정부의 적자는 연간 2조달러를 넘어섰고 부채는 33조달러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를 조율해야 할 의회는 번번이 조정에 실패하면서 미국의 부채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월가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기 보다 미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신호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소날 데사이는 “무디스의 발표는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자와 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며 “의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팬데믹을 제외하고 최대 수준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지난해 10월~올 9월) 연방정부의 적자는 1조6,950억달러다. 이는 1년 전보다 23% 급증한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약 학자금대출 탕감 예산이 비축금으로 편성돼 적자 규모를 가린 점을 고려하면 실제 올해 적자 규모는 2조200억달러”라고 분석했다.
적자가 쌓일수록 빚도 늘어난다. 2018년 22조달러를 넘지 않던 연방정부의 부채는 현재 34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앞으로 10년 동안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 총 10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무디스는 이의 여파로 장기국채 수요가 줄어들어 세계 경제 기축국으로서 미국이 갖는 강점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와 미국 채권이 지닌 매력 때문에 재정 건전성 문제가 가려졌지만 적자가 더 늘어나면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더 이상 미국 특유의 신용 강점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상쇄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무디스 외에도 부채 문제가 미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잇따른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엄청난 재정적자가 다음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올해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문제”라며 해결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당장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이 기한인 17일 전에 처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일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당내에 내년 1~2월까지 적용할 임시 예산안을 제안했지만 양당의 지지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요구에 맞춰 예산 삭감을 하지 않고 공화당 내 여론을 반영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배제했다. 통신은 공화당 극우 세력은 이 방안에 반대하고 민주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