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자식만큼 사랑받는 시대다. 집을 찾을 때 자녀가 있는 가구는 학군이 우선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제일 중요하다. 최근 자녀가 있는 가구는 감소세인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주택 시장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반려동물이 바꾸고 있는 주택 시장 트렌드를 알아봤다.
반려동물 위해 큰 집 이사도 마다치 않아
‘동물병원·도그파크·산책로’인근 동네 인기
◇ 반려동물 위해 큰 집 이사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이제 매물을 찾을 때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녀를 둔 가구는 줄고 있는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이 같은 추세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적합한 주택과 동네가 바이어들에게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제시카 라우츠 선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가 전체 가구 중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48%에서 2022년 4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반려동물 한 마리 이상을 키우는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6%에서 70%로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라우츠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기간 반려동물을 입양한 가구가 급증했는데 당시 입양된 반려동물이 성장하면서 더 큰 집이 필요한 가구도 늘었다”라며 “반려견보다 몸집이 작은 고양이의 경우도 변기와 놀이 목적의 실내 공간이 필요해 반려동물 때문에 큰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나타났다. 질로우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전체 주택 바이어 중 약 4분의 3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했고 같은 해 반려동물을 보유한 세입자도 전체 중 약 57%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의 각각 64%와 51%보다 증가한 수치다.
‘미국 반려동물 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 약 8,700만 명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중 반려견을 보유한 미국인이 약 6,500만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반려 고양이를 키우는 미국인도 약 4,650만 명에 달했다. 미국 인구(약 3억 4,000만 명)를 기준으로 볼 때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 한 마리씩은 키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 ‘동물병원^강아지 공원^산책로’ 인근 지역 인기
반려견을 키우는 바이어에게는 펜스나 담이 설치된 마당을 둔 주택이 필수다. 그러나 마당만으로는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키우기에 부족하다. 질로우 리서치의 아만다 펜들턴 주택 트렌드 연구원은 “반려동물 보유 바이어들은 단순히 설비뿐만 아니라 더 큰 집을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며 “넓은 마당은 물론 실내 공간이 더 넓은 집을 찾는 바이어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질로우 리서치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바이어 중 건평이 3,000평방피트를 넘는 집을 찾는 비율이 일반 바이어에 비해 훨씬 높다. 또 펜스나 담이 설치된 주택은 그렇지 않는 주택 보다 평균 3일 빠르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공원이 있거나 산책로가 조성된 동네도 반려동물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주택 구입 지역이다. 이런 시설이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라면 더욱 좋다. NAR의 라우츠 이코노미스트는 “몸집이 큰 강아지를 자주 차로 태우고 다니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에 동물병원, 산책로, 강아지 공원이 인접한 지역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바이어들 즐겨 찾는 동네”라고 설명했다.
◇ 동네 가보면 반려견 친화적인지 알 수 있어
비영리 반려견 정보단체 ‘아메리칸 애견 협회’(AKC)은 반려견을 둔 바이어가 집을 찾을 때 아침 일찍 동네를 방문해 보라고 조언한다. 출근 전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오는 동네 주민을 살펴보면 어떤 품종이 많고 또 주민들의 강아지 관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민들이 데리고 나온 품종이 다양하거나 희귀종이 있다면 애완견을 사랑하는 지역 분위기로 볼 수 있다. 또 반려견을 위해 문 앞에 물이나 간식 등을 제공하는 업소가 많은 동네도 반려견 친화적인 동네로 보면 좋다.
미국인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쏟아붓는 금액이 급증하는 추세만 봐도 반려동물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APPA에 따르면 2018년 905억 달러였던 반려동물 관련 지출액이 지난해 1,368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주로 데이케어, 스파, 동물병원, 미용 등이지만 최근에는 일부 부촌을 중심으로 고급 반려견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까지 등장했다.
◇ 카펫보다 나무나 라미네이트 바닥
반려동물을 키우는 바이어들에게 나무 또는 라미네이트 바닥은 필수다. 카펫의 깔린 집은 반려동물에 의한 훼손이 자주 발생하고 청소와 관리도 까다로워 덜 선호되는 편이다.
그래서 최근 콘도미니엄과 아파트 중 카펫 대신 라미네이트 바닥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콘도미니엄과 아파트는 단지 내에 아예 반려동물을 목욕시킬 수 있는 스테이션을 설치해 바이어와 세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고양이는 반려견에 비해 필요한 시설 조건이 덜 까다로운 편이다. 질로우 리서치의 아만다 펜들턴 주택 트렌드 연구원은 “반려 고양이 관련 270여 가지 시설을 조사했는데 주택 가치에 부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설은 별로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 반려동물 키우던 집 문제없어요
온라인 모기지 대출 기관 퀴큰론스가 마케팅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던 집을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바이어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던 집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반려동물을 키우던 집을 선호하는 바이어도 있어서 집을 내놓기 전에 반려동물 흔적을 깔끔히 없애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바뀌는 추세다. 조사 대상 바이어 중 79%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 구매 오퍼를 쓰는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한 가운데 이 중 16%는 오히려 반려동물이 있는 집을 선호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