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42’ 정책 종료후 불법 이민 다시 급증세
미국 국경을 넘는 가족 단위 밀입국 이민자 수가 지난달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이민 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민자 이동 경로에 놓인 중미 국가들도 “남 얘기가 아니다”라며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가 국경순찰대에 붙잡힌 가족 단위 불법 이민자 수는 최소 9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당국 예비 데이터를 입수했다는 WP는 관련 보도에서 이 수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였던 2019년 5월의 8만4,486명을 넘어서는 사상 최다 기록이라고 전했다.
WP는 국경을 넘는 ‘가족 그룹’ 이민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성인 개인’ 이민자를 넘어섰다고도 보도했다.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인 이른바 ‘타이틀 42’(42호 정책) 종료 이후 5∼6월 감소했던 불법 이민자 적발 숫자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3개월간 불법 월경으로 체포된 사람은 6월 9만9,539명에서 7월 13만2,652명, 8월 17만7,000여명으로 급증했다고 WP는 덧붙였다.
가족 단위 이민자는 10년 넘게 미국 이민 당국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어린이가 포함된 만큼 대체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 이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WP는 이 범주에 속하는 이민자는 대부분 관련 사법적 청구가 법원에 계류되는 동안 미국 내에 머물며 일할 수 있어왔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확정판결까지 몇 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가족 단위 이민자가 중간에 추방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등 사회 불안이 지속해 온 국가 출신 이민 신청자에 대해선 신원 조회 통과 및 재정 후원자 확보 등 조건을 확인하고 매달 3만명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신 불법 입국하다 체포되면, 즉각 추방하고 5년간 재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WP는 그 덕분에 베네수엘라 등 4개국 이민자의 월경은 줄었지만,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같은 중남미,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적자의 불법 이주가 늘었다고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 기록을 인용해 보도했다. 합법적 이민 경로를 늘려 불법 이민 억제를 바랐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그간의 노력과 반하는 자료를 손에 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바이든표’ 이민 정책은 공화당의 공격을 받아 왔다. 텍사스·플로리다 등 보수 성향의 21개 주는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의 월권이자 위법 행위”라며 시행 중단 요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개시됐다.
진보 진영 일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인권단체들은 “미국 땅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입국 경로와 관계없이 망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이민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승소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