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예약 전년대비 40%↑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렸던 미국인들의 해외 여행 수요가 유럽 여행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위 ‘보복 여행’ 심리가 작용해 미국인들이 지갑을 연 결과다. 미국인들이 해외 여행길에 나선 사이 미국 내 여행 수요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의 하락 원인으로 작용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해외 여행에 대한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미국인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해외 여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의 유럽 해외 발길이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은 각종 수치에서 반영되고 있다. 연방교통안전청(TSA)은 지난 6월 국제공항들을 통해 해외 여행에 나선 미국 여행객들의 1일 평균치가 26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 평균에 비해 0.5%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제선 항공 예약은 전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2%포인트 낮은 수치지만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여권 발급에 수개월씩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투어 및 크루즈 예약도 팬데믹 이전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유럽의 주요 도시로의 휴가 여행 수요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경제적 역풍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여름 레저 여행 수요가 매우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유럽으로 보복 여행을 떠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여행 수요는 감소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해외로 빠져 나간 만큼 해외에서 미국 여행을 위해 유입되는 소위 인바운드 여행 수요가 늘지 않은 탓이다.
이는 항공료에서 첨예하고 나타나고 있다. 항공권 가격 조사업체인 호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제선 항공료는 평균 962달러로 전년에 비해 10%, 2019년 보다 26%나 올랐다. 이에 비해 국내선 항공료는 평균 249달러로 전년에 비해 11%, 2019년에 비해선 12% 각각 떨어졌다. 호텔 숙박비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유럽 지역 내 호텔의 1일 평균 숙박비는 148.88달러로 1년 사이에 14%나 상승했다. 반면 미국 내 호텔의 1일 평균 숙박비는 154.45달러로 전년에 비해 6% 상승에 그쳤다.
경제계와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여행을 통해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다양한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지만 자칫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해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업계는 국내 항공 수요 감소로 인한 판매 실적 저조로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등 실적 회복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