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제기한 콜로라도 학생 패소
미국의 5, 6월은 졸업식 시즌이다.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미국식 학제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과 무도회는 지역이 들썩이는 큰 행사다. 행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졸업식과 관련된 각종 논란도 계속됐다.
미국 각지에서 졸업식 복장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덴버의 연방 판사가 멕시코와 미국 국기가 들어간 어깨띠를 착용한 고등학생의 졸업식 참석을 막은 교육구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니나 Y 왕 판사는 “졸업식에서 어깨띠를 착용하는 것은 학생의 사적인 언론(speech)이 아닌 학교가 후원하는 언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왕 판사는 “교육 당국은 졸업식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한 개인의 생각을 어떤 개인이나 단체, 권력기관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공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 즉 표현의 자유가 중시된다. 다만 국기 어깨띠는 제한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콜로라도주 웨스턴슬로프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오미 페냐 빌라사노는 한쪽에는 멕시코 국기, 다른 한쪽에는 미국 성조기가 그려진 어깨띠를 메고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학교와 교육 당국이 이를 금지하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페냐 빌라사노는 “나는 100% 미국인이자 100% 멕시코 사람인 200%의 인간”이라고 항변했다. 그의 변호사는 “교육 당국의 결정은 페냐 빌라사노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구 측 홀리 오티즈 변호사는 아메리카원주민(인디언) 복장을 착용하고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기 착용과는 명백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국기 어깨띠를 허용할 경우 “불쾌한 소재에 대한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혐오와 차별 표현이 담긴 졸업식 복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교육 당국은 “페냐 빌라사노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막고 싶지 않다”며 “졸업하는 학생은 졸업식 전후에 어깨띠를 착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아메리카원주민 출신 학생이 졸업식 날 아버지가 물려준 독수리 깃털을 머리에 꽂고 참석하기 위해 교육구에 문의했다 거절당한 뒤 소송을 내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은 가운과 졸업모를 착용해야 한다는 복장 규정을 내세웠다. 반면 학생은 교육구의 복장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위반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 판결을 앞두고 합의를 끌어냈다. 졸업식 날 가운과 졸업모를 쓴다면 독수리 깃털 착용을 허용하겠다는 게 교육구 제안이었다. 결국 교육 당국이 손을 든 셈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