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6일 ‘미국의 거장들’ 시리즈로 조명
한인 아만다 김 감독 제작, 선댄스도 진출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이자 비디오 아트 선구자인 고 백남준(1932~2006)의 일대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한인 2세 감독에 의해 제작돼 공영방송인 PBS를 통해 미 전역에 방영되고 선댄스 영화제까지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다큐는 한인 2세 아만다 김 감독이 4년 넘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백남준과 동시대를 보낸 거장들의 생전 인터뷰와 더불어 백남준의 작업 비하인드 영상으로 제작한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공영방송 PBS에서 ‘미국의 거장들’ 시리즈의 일환으로 오는 5월16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백남준의 미공개 영상과 아카이브를 조명한 이 다큐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빛나는 한인 할리웃 스타 배우 스티븐 연이 나레이션을 맡았고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TV 모니터 12대에 변화하는 달의 영상을 담은 그의 대표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Moon is the Oldest TV)를 제목으로 한 이 다큐는 미디어 아트 거장의 작품 세계를 통해 미래를 내다본 천재 아티스트의 혜안, 소통과 탐구의 수단으로 작용한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다큐를 제작한 아만다 김 감독은 바이스 미디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으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적이고 개인적인 오디세이를 유희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고 백남준은 일제강점기 서울의 유력 기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이 발발하자 일본으로 도피해 유학 생활을 하다가 1950년대 말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에서 본격적인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한 뒤 전위예술의 첨단에 섰다.
비디오 아트를 통해 분열이 아닌 더 나은 소통과 글로벌 커넥션을 위해 기술이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했다. 그에게 ‘바보상자’ TV는 아방가르드 아트의 도구로 사용되었는데 그 시절 “개개인이 TV 채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이 다큐에는 그의 예술적 정수가 담긴 ‘일렉트로닉 수퍼하이웨이’ 설치작 ‘TV 부처’는 물론이고 1965년 뉴욕에서 처음 선보인 ‘달은 가장 오래된 TV’ 등 수 많은 작품들의 제작과정이 담겨있다. 또, 1984년 전 세계가 주목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글로벌 생중계를 이끈 험난한 과정이 소개되고, 고국에 금의환향한 이후 한국 미술계를 위해 애쓴 면모도 담겨 있다.
영화 제목은 3개의 후보작을 써넣은 종이를 돌돌 말아 고르는 주사위 던지기식으로 정해졌는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권한 가장 백남준스러운 방식이었다. 이 다큐에는 백남준의 전위적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멘토 존 케이지, 평생 예술 동지였던 독일 거장 요셉 보이스, 함께 연주 퍼포먼스를 벌였던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 오노 요코, 데이빗 보위, 필립 글래스, 로리 앤더슨, 전위파 시인 알렌 긴즈버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백남준 예술의 최고 전문가인 기획자 존 행하르트 등이 등장한다.
PBS 기획시리즈 ‘미국의 거장들’(American Masters)은 아더 밀러, 조지 오키피, 제임스 볼드윈, 마사 그라함, F. 스캇 피츠제럴드, 레이 찰스와 냇 킹 콜 등 문화 예술계의 거장 250여명을 다큐 형식으로 소개해왔다.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Nam June Paik: Moon Is the Oldest TV)는 PBS.org 혹은 PBS 앱을 설치해도 볼 수 있으며 현재 예고편이 유튜브(youtu.be/wYmfsA9MZvE)로 방영 중이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