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감원 공시 사업보고서 분석
현대자동차와 기아 미국판매법인이 지난해 무려 40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인데 작년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당 마진을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는 연초 판매량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20일 한국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현대자동차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해 19억5,192만달러(2조5,494억원)의 당기순손익을 기록했다. 한 해 순이익이 무려 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8억2,800만달러) 대비 두 배가 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현대차가 미국 법인 실적을 공개한 2011년 이후 2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HMA와 함께 현대차가 100% 지분을 가진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은 지난해 6억 1,863만달러의 순손실이 나타났다.
기아도 현대차와 함께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기아는 2022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아 미국판매법인(KUS)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19억3,359만달러(2조5,255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시 사상 최고치로 전년 동기(7억611만달러) 대비 3배 가량 급등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가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들인 손익을 합치면 40억달러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기아 역시 미국생산법인(KaGA)은 지난해 5억6,475만달러 순손실이 발생했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급 순익을 기록한 것은 대당 판매 마진이 올라간 결과로 분석된다. HMA의 경우 2022년 한 해 총 판매량이 72만4,265대로 전년(73만8,081대)과 비교했을 때 약 2% 감소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미국 총 판매량이 69만3,549대로 2021년(70만1,416대)보다 안 좋았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소매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자동차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 제값 받기를 통해 이익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세계 시장 판매량은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3위를 차지했는데 미국으로 한정하면 점유율이 10.8%로 사상 처음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한국 브랜드라는 의미다. 특히 그동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던 일본 자동차와 비교하면 2021년 혼다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약 50만대를 더 팔아 격차를 크게 벌렸다. 작년 판매량이 줄었지만 업계 평균(-8.4%)보다 선방한 결과다.
올해는 판매량도 상승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2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10만9.045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0만296대) 대비 약 9% 늘어난 것이다. 기아의 경우 2월까지 판매량이 11만2,842대로 2022년(9만1,670대)보다 판매량 증가세가 현대차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