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준금리 결정 발표…은행위기에 동결 전망까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서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만 바라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시장의 충격을 고려하면 마냥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 동안 위기감이 확산된 탓에 시장의 예상마저 갈팡질팡하고 있다.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확률은 62%, 동결할 확률은 38%로 집계됐다. SVB 파산 사태 발발 직전인 10일만 해도 금리 동결 가능성은 ‘제로(0)’였다. 오히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넘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절반에 육박했다. 하지만 SVB 파산 이후 은행들의 연쇄 붕괴 우려가 확산하면서 빅스텝 전망은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SVB와 시그니처 은행 파산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행보에 심각한 변수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은행 파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급속한 금리 인상이 지목되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두고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두 은행 파산 이후 정부 차원의 대책과 더불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제공한 것이 연준의 금리전망 완화다. 은행들의 위기에 미 중앙은행인 연준이 통화 긴축의 정도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시달리던 투자자들이 ‘나쁜 뉴스가 실은 좋은 뉴스’라며 경제에 부정적인 소식이 나올 때마다 ‘연준이 고삐를 늦출 것’이라며 좋아하던 역설적 상황이 재현된 셈이기도 하다.
일단 물가지표는 추가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를 기록했다. 1월(6.4%)보다 상승세가 약화하며 8개월 연속 전월 대비 둔화세를 이어갔으나 연준의 목표치(2%)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다.
월스트릿저널(WSJ)은 “현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 의지가 약화했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지난 1주일 동안 금융시장 혼란과 맞물려 요동치던 금리 전망은 0.25%포인트 인상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붕괴’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압도하면서 금리 전망은 빅스텝에서 동결로 급변했다”며 “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준의 예고편으로 여겨지던 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 빅스텝을 단행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긴축 버튼을 누르는 연준의 부담이 커졌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악화된 은행권의 문제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