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계란값 3배 폭등… 도매가도 덩달아
계란값이 3배나 폭등하는 등 심각한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으로 한인 요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심각한 물가 상승으로 이미 메뉴 가격을 한 번 올린 곳이 많아 추가 인상까지 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에그플레이션의 원인인 조류 독감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계란이 ‘금란’이 돼버린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연방 농무부에 따르면 12개 계란 평균 소매 가격은 이번주 7.3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2월 초(4.83달러)와 비교했을 때 한 달만에 무려 52.6%가 치솟은 것이다. 에그플레이션 문제가 전혀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2.35달러)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213.6%로 1년 만에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라 상황이 더 심각하다. 농무부에 따르면 1,400만명의 미국인들이 제품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을 주고도 계란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실제로 계란을 범용 패키지로 저렴하게 파는 도해 할인체인 코스코 매장들에서는 진열된 계란이 동나 매대가 텅텅 비어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트레이더조스 등 매장에서도 저렴하게 파는 계란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에그플레이션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인 비즈니스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다. 계란은 쌀, 김치처럼 요식업계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제품이라 다른 재료로 대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계란 도매 가격은 최근 2~3배 올랐는데 일선 식당에서는 재앙과 같은 수준이다.
한 한인 식당 대표는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을 메뉴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손님들에게 이해를 부탁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치솟은 계란 가격은 지난해 심각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소 잠잠해진 상황에 찾아와서 더 뼈아픈 상황이다. 한인 비지니스는 물론이고 주류 레스토랑들 대다수가 지난해 물가 상승을 이유로 음식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이번에 한 번 더 올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베어커리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빵가격을 또 올리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두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제는 에그플레이션을 야기한 조류 독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LA타임스와 인터뷰한 지역 계란 도매업체 토비에그팜스의 라미 로센셜 대표는 “지난해 2월 조류 독감 문제가 나타난후 지금까지 5,700만마리의 닭과 칠면조가 도살됐다”며 “이중에는 지난달에 처분된 알을 남는 암탉 약 400만마리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조류 독감 문제는 당분간 풀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센셜 대표는 “앞으로 7~8개월 정도 문제는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란을 재료로 하는 다른 식료품 가격들이 함께 올라갈 것도 문제다. 달걀은 우유처럼 빵과 스낵 등 다양한 식품에 원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에그플레이션으로 인해 다른 제품들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