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가라앉은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모기지 이자율이 급기야 6%를 돌파하자 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주택 거래는 이미 수개월째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집값이 하락하는 지역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잔치 분위기는 이미 끝난 분위기이며 앞으로 최악의 침체에 대비해야 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나오는 상황이다.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분석했다.
기초체력 좋아졌지만 낙관적 희망 힘들어
어디서 터질지‘뇌관’에 조심스러운 분위기
◇ 우울한 전망 상당 기간 지속 가능성
주택시장은 현재 낙관적인 전망이 힘든 상황이다. 이미 상당히 가라앉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조만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부동산 전문가는 드물다. 반면 현재의 침체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애톰테이터솔루션즈의 릭 샤가 부대표는 현재 주택시장 침체가 우려할 만한 속도로 진행 중이라고 경고하며 최근 주택 거래가 사라지는 상황을 지적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는 7월 기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7월 주택 거래는 전달 대비로는 5.9%, 전년 동월대비로는 무려 20.2%나 빠졌다. 주택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여름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는 절벽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샤가 부대표는 “7월 주택 거래는 1년 전보다 100만 채 감소한 500만 채(연율 환산) 미만으로 떨어졌다”라며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거래가 올겨울까지 동반 하락 현상을 피하기 힘들 전망으로 주택 가격 상승 폭도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가 부대표가 내놓은 올해 주택 가격 전망치는 2%~3% 상승이다.
주택 가격이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치솟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둔화 폭이다. 주택시장이 이처럼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은 급등한 모기지 이자율의 영향이 가장 크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최근 신규 모기지 신청이 전년 대비 23%나 급감했을 정도로 주택 구입 활동이 크게 줄었다.
◇ 집값 둔화 폭 예상보다 클 것
주택시장의 급격한 침체 양상에 2008년 상황 재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주택시장의 여러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한껏 부풀었던 거품이 하루아침에 꺼지며 재앙 수준의 침체를 몰고 왔다. 최근 주택 가격이 폭등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과대평가 된 것을 지적하며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거품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타이틀 보험 업체 퍼스트 아메리칸의 오데타 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느슨한 대출 관행, 서브 프라임 모기지, 과도한 모기지 대출 비율과 같은 불안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최근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은 주로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매물 공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택시장 거품론에 선을 그었다. 주택시장 내 주요 수요층도 투기적 목적의 투자자로 들끓었던 2008년과 달리 밀레니엄 세대 중심의 실거주 목적 수요로 거품 발생 요인은 아니라고 쿠시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부동산 업체 홈 퀄리파이드의 랠프 디버그나라 대표는 한 층 강화된 모기지 대출 절차를 예로 들며 주택시장 거품론을 경계했다. 디버그나라 대표는 “전례없이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최근 수년 동안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대부분 철저한 대출 검증을 거쳐 상환 능력을 인정받은 구입자들”이라며 “주택시장이 침체하더라도 2008년처럼 급매로 집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모기지 연체율, 주택 압류율 매우 낮아
2008년 주택시장 시스템이 붕괴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다. 무자격 대출자에게 ‘묻지마’식으로 돈을 빌려주던 악성 대출 관행이 판을 쳤고 이에 편승해 돈 한 푼 없이 투기적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주택시장에 크게 유입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다가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보유주택을 숏세일과 차압 등 급매물로 내놓으며 무책임하게 주택 가격 폭락을 부추기던 이른바 ‘모럴 헤저드’만 팽배해 있었다.
반면 최근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시장 침체기에 집을 잃은 부모들의 고통을 직접 보고 자란 세대다. 무책임한 대출로 인한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세대로 모기지 대규모 연체나 차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주택 자산 가치와 탄탄한 고용 시장이 주택 가격 하락 시 ‘쿠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샤가 부대표는 “현재 주택 압류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대비 50% 수준에 불과하고 모기지 연체율도 평균을 밑돌고 있다”라며 “주택 자산 가치가 이미 28조 달러 규모로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깡통 주택이 늘어나는 등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택 구입 여건 사상 최악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주택 구입 능력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간 끊임없이 치솟은 주택 가격과 최근 급등한 모기지 이자율로 주택 구입 능력은 37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기지 데이터 업체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가구 소득에서 주택 구입비 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35.51%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1985년 10월(36.01%) 이후 가장 높다. 주택 구입비 부담은 올해 1월에만 해도 가구 소득의 24.61%로 과거 평균치인 25.1%보다 낮았지만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6%대에 근접하면서 치솟았다.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주택 구입 능력 개선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블랙나이트의 집계에서 7월 평균 주택 가격은 6월보다 약 0.77% 하락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월별 하락 폭으로는 가장 큰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의 조사에서도 8월 전국 주택 가격인 43만 5,000달러로 전달의 44만 9,000달러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주택 가격 수준은 6.4년 치 중간 가구 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80년대 중반 3.5년 치 중간 가구 소득의 두 배에 달한다. 앤디 월든 블랙나이트 부대표는 “주택 구입비 부담이 안정적 수준으로 판단되는 소득 대비 25%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가구 소득 40% 이상 증가, 모기지 이자율 3%포인트 이상 하락, 주택 가격 30% 이상 하락 중 한 가지 현상이 발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