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경기침체 여파, 침체 시그널 연속 출현
부동산 하락 신호가 시장 곳곳에서 다수 연속으로 출현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현실화에 그동안 상승 가도를 달렸던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냉각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24일 모기지 소프트웨어·데이터·분석 업체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77% 하락했다. 이는 3년 만에 처음 월간 기준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0.77%의 하락폭은 지난 2011년 1월 이후 11여년 만에 가장 크다. 더 범위를 넓혀 보면 최근 31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었던 2010년을 제외하면 올해만큼 7월 집값이 내려간 적은 없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샌호세(-10%), 시애틀(-7.7%), 샌프란시스코(-7.4%), 샌디에고(-5.6%), LA(-4.3%), 덴버(-4.3%) 등 서부 도시들의 집값이 지난달 많이 하락했다. 블랙나이트에 부동산중개인협회(NAR)도 7월 기존 주택 중위가격이 40만3,800달러로 역대 최고가였던 6월보다 1만 달러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침체 신호는 다른 시장 지표에서도 다수 출현하고 있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신규주택 판매는 51만 1,000채로 2016년 1월(50만5,000채) 이후 8년 6개월 만의 최소치를 기록했다. 새 집을 지어도 이제 시장에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신축주택 거래 감소는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주택 구입 능력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에서 집을 사려면 계약금 20%를 지불하고 나머지를 30년 고정 모기지로 대출받는다는 전제하에 중위 가계소득의 32.7%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팬데믹 직전보다 13% 포인트 급증한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 불황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준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연초 3% 정도였지만 지난 6월 6%를 돌파했고 지금도 5.7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기 침체 가시화에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장기간 거액을 매달 지불해야 하는 주택 매매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때문에 향후 주택 시장은 더 불황으로 이어지고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은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특히 8월 이후 이사 수요가 줄기 때문에 9월부터 본격 하락 시즌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앤디 월든 블랙나이트 부사장은 “7월 데이터는 주택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명확한 증거”라면서 “주택 시장이 중립적인 계절로 넘어가고 있어 앞으로 큰 폭 가격 조정이 곧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