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중도 해지율 15% 달해, 2년래 최대
LA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황모씨는 최근 오렌지카운티로 이주를 위해 최근 구입하기로 ?던 단독 주택을 결국 사지 않기로 했다. 황씨는 “모기지 이자 부담이 생각보다 컸고 인플레이션으로 주택 구매 비용 부담이 늘어 집 사는 것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주택 구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일단 고금리라는 소나기를 피하면서 주택시장을 관망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시장에 주택 계약을 파기하는 계약 해지 수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매체 CNBC은 주택 구매 계약을 해지하는 미국인들의 수가 크게 늘면서 2020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뚜렷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택 계약 포기자 속출 현상이 발생한 것은 그 무엇보다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탓이다.
부동산 중계 플랫폼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구매 계약 작업에 들어간 기존 단독 주택 중 15%가 최종 계약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해지율이 15%에 달한 것은 지난 2020년 초 전년 대비 11%의 해지율을 기록한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문제는 모기지 금리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5.8%다. 2008년 1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해 초만 해도 3%대서 출발한 모기지 금리는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모기지 금리가 급등과 함께 주택 구입에 따른 비용도 증가하면서 주택 구매 계약 해지 증가에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애톰데이터솔루션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판매 중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평균 임금의 3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7년 24%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통상적으로 모기지 신청자의 수입 대비 부채 비율이 28% 이하여야 대출 승인을 해주는 것이 대출 기관들의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으로 모기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 구매 수요자들은 급속하게 냉각되는 주택 시장을 바라보면서 매물을 놓고 ‘비딩(bidding) 경쟁’을 벌이면서 치열하게 매물 잡기에 나선 태도에서 주택 가격 하락을 기대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서는 급격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레드핀의 테일러 마르 부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의 매입 경쟁이 급격하게 줄면서 주택 구매 수요자들에게 계약 해지를 할 정도로 협상에서 여유를 갖게 됐다“며 ”주택 감정과 검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하자가 발견되면 이는 곧 구매 계약 해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계약 해지뿐 아니라 주택 건설 계약 해지율도 크게 상승했다. ‘존 번즈 부동산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 건설 계약 해지율은 9.3%로 전년 같은 달 6.6%에 비해 2.7%포인트 상승했다. 주택건설업체인 ‘레나’는 지난 분기 주택 건설 계약 해지율이 11.8%로 상승했으며 이는 주택 수요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