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장거리 운전 회피, 주유소 할인프로그램 가입
LA 카운티 북부 샌타클라리타에 사는 한인 이모씨는 요즘 LA 출근길에 지나가는 ‘세븐 일레븐’ 주유소를 항상 이용하고 있다. 이 주유소의 개스값이 주변의 다른 주유소들과 비슷하지만, 갤런당 3~10센트 정도의 멤버십 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같이 개스값이 비싼 때에 다면 몇 센트라도 아끼는 게 어디냐 싶어 세븐 일레븐 리워드 멤버십에 가입하고 주유에도 할인을 받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개스값이나 용돈을 아끼는데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LA 한인타운 내 한 주유소에 만난 한인 여성 진모씨는 “아직도 6달러대 개솔린 가격을 보면서 주유하는 게 스트레스 그 자체”라며 “출퇴근 개솔린 가격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어나 먹고 마시고, 입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고공행진 물가 중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오른 개스값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몽땅 바꿔 놓고 있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 대신 집 근처 가까운 곳으로 여행지를 변경하는가 하면 아예 차량 운행을 자제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주유비 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자린고비형 소비’ 형태까지 나타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높은 개솔린 가격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9일 연속 하락세라고 하지만 3일 현재 갤런당 6.28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1년 전에 비해 2달러나 더 높을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개솔린 가격의 상승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자 미국 소비자들이 주유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소비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전국 소매업소 판매량을 집계하고 있는 ‘마스터카드 스펜딩 펄스’(MSP) 보고서에 따르면 개솔린 판매는 60% 가까이 급등한 반면 주유소 편의점 소비 지출은 29% 상승에 그쳤다. 평소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물품에 대한 소비를 줄인 탓이다.
개솔린 가격이 주도하고 있는 물가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소비자 지출은 0.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올해 들어 최소폭 증가를 기록한 것에 잘 드러나 있다.
최근 연방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운행 자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전국 개솔린 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솔린 수요가 하락한 것은 가격 급등에 따른 단기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국 개솔린 소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39개월 동안 전년 대비 30%의 가격 상승을 보였고 이 기간 동안 2% 이상 개솔린 수요가 줄어든 것은 12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솔린 가격의 상승세가 장기간으로 이어지면 개솔린 소비 감소 현상은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개솔린 가격 상승세의 장기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