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경제 관계자들은 최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잇따라 밝혔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시장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특히 주택 시장의 경우 이미 찬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침체 수준이 아닌 2008년 폭락 사태 재현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주택 시장부터 잡을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침체에 앞서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했다. 주택 시장이 무너지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풍전등화 상황에 놓인 주택 시장을 진단했다.
주택 시장 침체되면 경기 침체 불가피
‘침체 경고등 이미 켜졌다’경고 나와
◇ 이자율 폭등에 주택 시장 시스템 마비
모기지 이자율 폭등에 잘 나가던 주택 시장이 갑자기 멈춰 섰다. 시중 모기지 이자율이 이미 6%를 넘자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있다. 그러나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로 바이어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을 접고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 번스 리얼에스테이트의 릭 팔라시오 디렉터는 “모기지 이자율이 급상승하면 주택 시장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파가 커 주택 구매 활동이 일시에 마비된다”라며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주택 구입 절차를 재정비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구매자가 주택 구입을 원하는지, 주택 구입이 가능한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침체 경고등 켜졌다
주택 시장은 이미 얼어붙는 모습이 역력하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은 최근 모기지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5.6%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거래는 이미 올해 2월부터 매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 건설 업계가 내다보는 주택 시장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5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55만 건(연율 환산)으로 전달보다 14.4% 감소했고 같은 달 신규 주택 허가 건수 역시 전달보다 7% 감소한 170만 건에 그쳤다. 주택 수요 감소를 우려한 주택 건설 업계가 신규 주택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의 롭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주택 착공 건수 감소와 주택 건설업체의 시장 신뢰도 하락은 주택 시장 침체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라며 “주택 부문은 경기 선도 부문으로 기타 경제 분야에 앞서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데 지금 그런 현상을 보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 인플레 잡으려면 주택 시장 둔화 불가피
질주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 기준 금리 인상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년 만에 시행된 자이언트 스텝이 한 번 더 실시될 것이라는 예측에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모기지 이자율은 연준의 기준 금리와 다른 성격의 금리지만 비슷한 흐름으로 변동한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은 3%대 이자율 시대는 이제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맥은 6월 16일 기준 전국 평균 모기지 금리(30년 만기 고정)가 5.7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 융자 시장에서는 이미 6%가 넘는 이자율을 적용하는 은행이 많다. 리얼터닷컴의 대니엘 해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이 1년 전과 180 다른 상황”이라며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은 1년 전 대비 무려 65%나 치솟았다. 모기지 이자율과 주택 가격이 동시에 급등해 1년 전에 본 같은 집을 지금 구입하려면 65%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일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따른 주택 시장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구매 심리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공급 부족해 집값 급락 없을 것
향후 주택 가격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주택 수요가 급속히 냉각하고 있지만 매물 수요와 공급 측면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보다는 상승 폭 둔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지만 주택 공급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경기 대침체를 겪는 동안 급감한 신규 주택 공급이 여전히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밀레니엄 세대 인구가 불어나 주택 수요는 크게 불어난 것이 수급 불균형 원인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다’(Zonda)의 알리 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급 상황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로 앞으로도 주택 가격은 ‘요지부동’일 것이란 시장의 믿음이 크다”라고 주택 가격을 전망했다. 심각한 부족 상태인 주택 공급이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한 주택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끝물’ 수요로 단기 상승 뒤 둔화
주택 가격이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을 장만해 두려는 수요가 몰릴 경우 주택 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5월 매매된 주택 가격은 거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NAR은 5월 거래된 주택의 중간 가격은 40만 7,600달러로 전년 동기(35만 5,000달러) 대비 14.8% 올랐다고 발표했다. NAR 집계 사상 처음으로 40만 달러를 넘은 것으로 연간 대비 무려 123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올해 3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이자율 추가 상승을 대비한 구입이 일시적으로 늘면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끝물’ 수요가 어느 정도 소진되면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 비율에서 한 자릿수 비율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택 가격과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구매자가 이미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약 1,800만 가구가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했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주택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첫 주택 구입자 중심의 주택 시장에서는 신규 주택 분양가 인하에 나서는 주택 건설업체가 늘고 있다.
존 번스 컨설팅의 릭 팔라시오 디렉터는 “주택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음이 확실하다”라며 올가을 주택 가격이 전년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팔라시오 디렉터는 경기 대침체 때와 같은 주택 가격 폭락은 나타나지 않고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주택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