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9일은‘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World IBD Day)’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가량이 고통을 받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해 설사·복통 등의 증상을 꾀병이나 스트레스, 단순 질환으로 오인해 가볍게 여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되는 환자가 많다.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을 맞아 염증성 장 질환의 하나인 크론병에 대해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입에서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 유발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다.
약물 치료로 완치시킬 수 없는 대표적인 난치병이다. 이전에는 서양에서 많이 발병했지만, 우리나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크론병(질병 코드 K50)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만231명에서 2021년 2만8,720명으로 41%나 증가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15~35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실제로 2021년 환자 2만8,720명 중 30대 이하 환자는 1만9,765명으로 크론병 환자 3명 중 2명(68.8%)은 젊은 환자였다.
◇10대에 발병하면 증상 훨씬 심할 가능성 높아
10대에 크론병이 발병하면 40대 이상 환자보다 증상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복통과 설사에 자주 시달리고 장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체중 감소, 성장 부진 등이 생길 수 있다.
발병에는 유전, 면역,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나 심리적 요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차재명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육식과 즉석식품 섭취가 증가한 것이 발병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되며,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을 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다”고 했다.
크론병 증상은 환자별로 다양하다.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고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며, 응급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초기 증상은 대개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 있다. 그 외 빈혈, 복부 팽만감, 구역질, 구토, 복부 불쾌감, 복부에 혹이 만져짐, 치질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설사·복통 있다고 무조건 대장 내시경검사는 NO
이런 증상은 과민성장증후군, 세균성 장염 등 비교적 위중하지 않은 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기에 설사·복통 등이 반복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장 내시경검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신에 나타나는 다른 증상(강직성 척추염, 결막염, 공막염, 결절성 홍반, 괴저성 농피증, 만성 간염, 지방간, 경화성 담관염, 담석, 콩팥결석 등)이 함께 나타나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후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부터 대변 내 세균 배양 검사, 대장 및 위 내시경검사, 캡슐 내시경검사, 영상 검사(소장바륨조영술, CT, MRI 등), 조직 검사 결과들을 종합해 진단한다.
◇전문의와 꾸준히 노력하고 관리 필요
크론병은 완치가 어렵다. 대신 위장관 염증을 조절해 증상이 모두 없어진 ‘관해(寬解·remission)’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따라서 각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크론병 진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의논하는 것이 좋다.
정확히 진단받고 환자와 의료진의 공동 노력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일반인과 차이 없는 삶의 질과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크론병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를 먼저 사용한다.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치료 성적이 매우 향상되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아직 모든 환자가 건강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것이 단점이 있다.
약물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천공, 출혈, 장폐색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해야 한다.
◇골고루 먹고 적당한 운동해야
크론병은 육식과 패스트푸드 등 즉석 식품 섭취 증가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직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음식을 가리기보다는 어느 한 영양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골고루 섭취해 영양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 약물 치료 반응을 좋게 만들고, 건강 상태도 호전시키며 성장을 촉진한다.
술이나 커피는 장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병이 악화된 상태라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급성기에는 지나치게 피로를 유발하거나 복통, 관절통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정도로 격렬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