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미국서 복역·재판 중인 '다육식물 도둑' 김모씨 조명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선인장 등을 채취해 한국으로 밀수출하려다 잡혀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46) 씨를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다육식물 도둑'이라며 김씨 사건을 조명했다.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이미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나 교도소에서 복역한 김씨는 줌으로 진행된 재판 선고공판에 철심으로 턱을 고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한국인인 김씨는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2년 이상을 복역한 '다육식물 국제 밀매업자'이자 두 대륙에서 가장 악명 높은 화초 밀렵꾼이다.
김씨는 이미 캘리포니아주 공원에서 선인장의 일종인 두들레야를 3천700그루 이상 몰래 캐어내 한국으로 밀수하려 한 혐의를 인정했다.
교도소 다른 재소자의 공격으로 턱을 심하게 다친 그는 공판에서 통역을 통해 "미국에 대해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면, 미국 법에 대해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면 이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무지 탓이라는 김씨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미 다육식물 밀렵 혐의를 받고 있던 2019년 기소를 피해 멕시코로 달아난 적이 있고, 이후 남아공에서 100년이 넘은 희귀 다육식물 등 2천 그루 이상을 불법 채취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상습적인 다육식물 밀렵꾼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또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김씨의 수출 기록을 보면 그가 2013년 이후 50차례 이상 미국을 드나들면서 야생식물 12만 그루 이상을 채취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김씨의 범죄는 무지 탓이 아니라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 제레미 레셈은 변론서에서 김씨는 다른 나라에서 채취한 식물을 자기 농장에서 키우고 싶어했던 것이라며 가난하게 자란 그는 희귀 식물들을 두 딸의 학비를 벌 수 있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사법 당국의 김씨 기록에는 대학에서 농업을 공부한 농업인 출신인 그가 어떻게 미국 사법 당국에 쫓기는 신세가 됐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18년 10월 멕시코로부터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두 명의 조수와 함께 도착했고, 이어 캘리포니아 북부 공원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다육식물들을 채취하고 이를 한국으로 보내려 했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백팩과 플라스틱 상자 등에 다육식물들을 채취해 저장하는 동안 캘리포니아주 환경 당국은 이미 그들을 주시하며 뒤쫓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어류야생동물국은 김씨가 다육식물 채취를 마치고 두들레야 등 약 117㎏을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허가 서류를 받자마자 이들을 체포하고 불법 채취한 다육식물들을 압수했다.
압수된 다육식물은 신고된 무게의 배가 넘는 272㎏ 이상이며 그 수도 3천715그루나 됐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다육식물 밀렵이 급증하자 2018년 이후 단속을 크게 강화했다.
김씨는 2019년 5월 다육식물 밀렵 등 혐의로 연방 정부 수사망에 포착되고 여권까지 압수당했으나, 여권을 분실신고 후 재발급받아 도보로 멕시코로 도주한 뒤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하지만 그는 5개월 후 다시 남아공에 나타나 최고 250년 이상 된 희귀 다육식물 등 2천 그루 이상을 불법 채취했다가 붙잡혔으며, 재판을 받는 동안 그가 미국에서 같은 혐의로 수배 중이라는 사실이 남아공 사법 당국에 통보됐다.
그는 남아공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납부와 1년 복역 후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변호인은 그가 복역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의 폭력으로 크게 다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 크레센트시티에 있는 구금시설로 이송돼 주법원에서 다육식물 절도 혐의와 2019년 기소 중 해외 도피 혐의 등 다른 추가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