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력 70% 배치 완료” 벨라루스 경유·돈바스 통과
연기는 무성한데 정작 불길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우크라이나 이야기다.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미국이 주도한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광범위한 도전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군사적 충돌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지만 러시아의 속내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불확실한 가정과 예측이 맞물려 불안감만 증폭되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영토에 전투부대를 증파하고 있다고 소식통 7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4일 현재 러시아군은 각각 750명으로 구성된 대대전술그룹 83개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하고 있다. 이는 2주 전 60개 대대전술그룹에 비해 약 38% 증가한 것으로 러시아의 예상 침공 병력의 70% 수준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전투병력만 6만2,000여 명인 셈인데, 군수 및 지원병력까지 포함하면 10만 명 이상이 국경지대에 배치됐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의 침공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로 우회해 수도 키예프를 직접 노리거나 ▲친 러시아 반군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을 통과해 우크라이나의 심장부를 겨누거나 ▲이미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흑해 연안 크림반도를 경유할 것이라는 3가지 가정이 거론된다.
WP는 “러시아군은 흑해에 전투함 20여 척을 배치해놓고 있다”고 상륙전 가능성도 점쳤다. 다만 크렘린 측의 속내는 알 수 없다. 한 소식통은 WP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결정할지, 하게 된다면 어디로 갈지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침공 시점도 문제다. 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에 최적의 조건은 기갑전력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2월 중순에서 3월 말 사이”로 내다봤다. 봄이 돼 기온이 오르면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진창이 되는, 이른바 ‘라스푸티차’ 현상 이전에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건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이다.
W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이 폐막하는 2월 20일 이후로 공격을 연기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려면 중국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중국을 화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식으로든 전쟁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수일 내로 수도 키예프가 함락될 수 있고,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각각 5,000~2만5,000명, 3,000~1만 명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민간인 피해도 2만5,000~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