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증, 진단 후 평균 3년 정도 생존
50대 남성 A씨는 조금 빨리 걷거나 뛰면 숨이 차 병원을 찾았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기침이 오래 지속되고 호흡곤란도 심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폐 기능 검사 결과, 생소한 병명인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폐섬유증은 산소 교환이 이뤄지는 허파꽈리(폐포) 벽에 염증이 생겨 폐가 딱딱하게 굳는 병인데, 딱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특발성’이라고 한다.
폐섬유증은 ‘간질성(間質性) 폐 질환’의 일종이다. 간질성 폐 질환은 허파꽈리 사이에 생기는 병을 통칭하는데, 병 종류가 150여 가지나 된다.
황재준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은 10만 명당 매년 0.6~10명 정도 발생하는데, 특발성 폐섬유증은 평균 생존율이 7, 8년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라고 했다.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벌집 모양의 구멍이 생기고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데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했다.
폐섬유증의 주원인으로는 먼지 등 환경 원인이 꼽힌다. 문지용 한양대 구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광산ㆍ채석장 등 먼지가 많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업인에게 많이 노출된다”며 “유전적 요인, 유기물질, 약물, 류머티즘 관절염, 위식도역류 질환 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몇 년 전 문제 됐던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생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급성 폐섬유증이라면 독감처럼 발열ㆍ근육통ㆍ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병은 대부분 만성으로 진행되는데, 그러면 호흡곤란과 기침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도 생긴다. 건강검진으로 초기에 폐섬유증을 진단할 때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폐섬유증 등 간질성 폐 질환은 단순 흉부 X선 촬영 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오면 더 정밀한 검사인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염증이 주원인이라면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제를 주로 사용하고, 면역억제제도 쓴다. 그러나 특발성 페섬유증은 이런 약이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최근 항섬유화제가 개발되면서 폐섬유증을 완치하거나 호전되기는 어렵지만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