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약물 치료, 심하면 신경차단술 효과
‘두통의 왕’으로 불리는 편두통은 이름의 ‘편(偏)’자 때문에 보통 머리 한쪽에서 나타나는 두통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쪽 머리 통증이 있는 편두통 환자는 40%에 불과하다.
편두통은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이 아프고, 소화불량ㆍ구역질ㆍ구토 등 위장 증상이 동반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빛이나 소리로 인해 두통이 심해져 빛과 소리 공포증을 겪기도 한다. 두통이 생기기 전에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번쩍거리는 증상, 감각 이상, 발음장애 등을 경험한다(조짐 편두통).
두통은 4시간~3일 정도 지속되며 주로 두근거리는 박동성 양상을 보이기에 환자들은 ‘머릿속에서 심장이 뛰는 느낌’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두통이 한 달에 15일 이상, 편두통이 8일 이상 지속되면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한다.
국내 편두통 유병률은 6%(남성 3%, 여성 9%)인데, 여성은 40대, 남성은 2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편두통 환자의 70%는 가족력이 있는 걸로 보고된다.
편두통이 최근 나타났거나 두통 형태가 갑자기 달라지거나 심하다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다른 뇌 질환과 구별해야 한다.
김민정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편두통은 수면 패턴이나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며 “초콜릿ㆍ치즈ㆍ맥주 같은 특정 음식이 편두통을 일으키기도 하며, 피임약이나 생리 같은 호르몬 변화가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편두통 치료는 편두통이 생겼거나 생기려고 할 때 빨리 약을 복용해 두통과 동반 증상을 줄이는 ‘급성기 치료’를 한다. 급성기 약제로는 비특이적 치료제인 소염진통제, 특이적 치료제인 에르고트(Ergot), 리도카인 정맥 주사 등이 있다. 다만 반복적인 약 사용은 치료를 더 어렵게 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편두통 증상이 잦으면 빈도ㆍ강도를 50% 이상 줄이기 위해 매일 규칙적으로 예방약을 복용하는 ‘예방 치료’를 한다. 예방약은 급성기 약과 달리 중독성이 없다. 예방약은 불안(베타차단제), 우울(항우울제), 고혈압(칼슘길항제) 등 동반 증상에 따라 적절한 것을 택하며 대개 2~3가지를 함께 쓴다.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 증상을 완화하려고 급성기 약을 주 2일 이상 먹으면 약효가 떨어져 ‘약물 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두통이 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환자는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주 교수는 “급성기 약을 먹어도 2시간 안에 편두통이 사라지지 않거나 주 2일 이상 편두통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고 예방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편두통 증상이 심각하면 신경차단술(접형구개절 블록, 성상 신경절 블록, 후두 신경 블록, 통증 유발점 주사 등)이 치료에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난치성 두통 치료에 보톡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