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전력 중국보다 10배 우위…
바이든, 선제 불사용 검토하자
‘로우 키’ 고수 중국 호재 활용
미국의 가공할 핵전력은 중국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통한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일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핵무기가 거론될 때면 중국은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가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NFU)’ 정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중국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를 놓고 우방국이 불협화음을 내는 건 중국에 또 다른 호재다. 관영매체는 “미국은 조건을 달지 말라”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미 핵탄두, 중국보다 10배 많아
올해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미국의 핵탄두는 3,800기로 중국(320기)보다 10배 이상 많다. 지난해 9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10년 안에 핵탄두를 두 배 늘릴 것”이라고 우려하자 중국이 “위협을 부각시키지 말라”고 발끈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인 ‘핵전력’으로 범위를 넓혀도 중국의 열세는 두드러진다.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중국의 4배에 달한다. 핵잠수함은 미국이 두 배 이상 많다. 핵폭격기의 경우 미국(66대)보다 중국(104대)이 수적으로 우위를 점했지만 중국 폭격기는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없다. 중국이 자랑하는 작전범위 3,500㎞가량인 훙(H)-6 전략폭격기의 경우 동북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투입될 괌 기지를 타격하는 정도다.
■중, ‘로우 키’에서 큰소리로 돌변
중국은 그간 “핵무기가 없는 국가를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환구시보는 1일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한 그날부터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원칙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대만을 향해 무력통일을 공언하면서도 미국에 전력이 밀리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로우 키’ 기조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 내년 1월 공개할 ‘핵태세 검토보고서(NPR)’에 핵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거론되자 기다렸다는 듯 큰소리를 쳤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NFU를 선언하려다 영국, 일본 등 동맹국의 반대에 막혀 좌절된 미국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했다. 중국청년망은 “바이든 정부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전 세계가 박수를 칠 것”이라며 “NFU에 조건을 달거나 동맹국에 휘둘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다시 삐걱대는 대중 봉쇄
중국은 미국과 우방국이 불협화음을 내는 가외의 소득도 챙겼다. 오커스(AUKUSㆍ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의체) 결성과 일본의 잇단 대만 지지 발언으로 수세에 몰렸지만 대중 봉쇄에 균열을 낼 기회를 맞았다.
특히 일본을 표적으로 공세를 폈다. 중국 매체들은 2차 대전 당시 핵무기에 처참하게 무너진 일본의 사진과 피해상황을 제시하며 “핵무기 최대 피해국인 일본이 왜 미국의 NFU에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프랑스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프랑스는 오커스에서 소외돼 호주와 맺은 76조 원 상당 디젤잠수함 수출 계약이 파기되는 수모를 겪었다.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을 대신해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은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만나 “분열에는 연대, 대립에는 협력으로 맞서 신냉전을 경계하며 다자주의를 수호하자”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