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뚜럿, 1,180원 넘어 1,200원 진입 전망
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1달러당 1,180원대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LA 한인들 사이에 희비 쌍곡선이 나타나고 있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한국에서 지원 받고 있는 유학생들의 마음이 더 무거워진 반면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LA 한인 수입업체들은 대금 지급 부담이 줄어드는 등 환차익의 환율 효과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환율 변동에 따른 한인들의 희비 쌍곡선도 더욱 선명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월에 비해 1원이 상승한 1,18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11일 1,186.9원 보다도 높은 수치다. 앞서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86.4원까지 치솟았지만 중국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축소되면서 이내 1,180원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임박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 올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불안 요인들로 인해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향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자 LA 한인들과 기업들 사이에서 손익 계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한국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송금 받는 유학생들이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1만달러를 한국에서 받는 유학생의 경우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한국 돈으로 1,080만원 정도를 송금 받아야 했지만 현재는 1,180만원을 받아야 한다. 9개월 사이에 대략 100만원의 학자금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한인 유학생 K모씨는 “환율이 급등하면 부모님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나게 되어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환율 상승의 최대 피해자는 유학생과 그 부모님들”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급여를 송금 받고 있는 주재원이나 기업 직원들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다. 환율 상승에 따라 그만큼 급여가 줄어들어 급여 삭감 효과를 맛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적항공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 같으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한국행 항공 여행 수요의 ‘반짝 상승’ 효과를 보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유류비 등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지출 비용이 늘어나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원·달러 상승에 함박웃음을 짓는 한인들도 있다.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고 원화로 지급하는 수입업체들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볼 수 있어 환율 효과의 수혜자다. 하지만 지속되고 있는 해운 물류 병목 현상으로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해 환차익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으로 여행을 하려는 한인들도 환차익 수혜자 중 하나다. 달러 강세로 원화를 환전하면 이전에 비해 더 큰 여행 비용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