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의회를 통과한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에 20일 서명했다. 지난 19일 법안이 연방하원을 통과한 지 하루만에 신속히 서명한 것으로, 아시안 대상 차별 및 증오범죄 근절 의지를 확고히 보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을 통해 증오범죄를 규탄하고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침묵은 공모다. 우리는 공모할 수 없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 등 8명의 희생자를 낸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언급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와 분노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우리가 여러분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증오를 멈추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증오가 미국에 있을 자리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석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연단에서 법안 통과를 주도한 상·하원 의원들을 호명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해리스는 미국의 첫 남아시계 부통령이다.
그는 “연방상원의원이었던 작년 이맘때 동료의원들과 반 아시아계 정서의 고조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는데 당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사건은 1,100여 건이었다”며 “지금은 6,600건을 넘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연방하원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 대응에 초점을 맞춘 증오범죄방지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지난달 말 연방상원도 통과했다.
한편 이날 서명식 행사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방지법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쳤다는 점 말고도 백악관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도, 거리두기도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행사에는 68명이 참석, 비교적 북적북적한 모습이 연출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 이후 법안을 주도한 의원들을 불러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서게 하고는 서명했다. 마치 코로나19 이전과 다름없는 풍경이었다. 미국에서는 13일 백신을 접종한 경우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