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비교적 안정된 어바인 지역에 콘도를 매입하기위해 올해 초부터 10여 차례이상 오퍼를 넣었다. 60만달러 안팎의 콘도를 주로 타겟으로 현금으로 오퍼를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에게 원하는 주택이 낙찰되는 것을 보고 지금은 주택매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다. 오렌지카운티에 다른 지역을 검토하거나 혹은 내년으로 매입 시기를 늦추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인 현 부동산시장에서 혹시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도 있기 때문이다.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남가주 지역의 모든 지역에서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즉시 판매 계약과 함께 에스크로에 들어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는 “주택 매물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에 나오는 즉시 팔리고 있다”며 “비딩 경쟁에서 밀려난 바이어와 신규 바이어들이 합쳐지면서 지난해에 비해 1.5배 정도 늘어나 매물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 빅토리아 임 이사장은 “특히 50만~80만달러 매물일 경우 한인 바이어 사이에 매입 경쟁이 심해 매물 1개에 10개의 오퍼가 들어오는 게 보통”이라며 “바이어 사이의 비딩 전쟁 현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남가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바이어 사이에 비딩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는 주택 매물 부족이라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안락한 주거 환경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다 신규 주택 건설 부진 현상이 더해지면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1월 신규 리스팅 주택 수는 전년에 비해 29%나 줄어들면서 전체 매물 수도 47%나 급락했다.
비딩 경쟁은 결국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주택 가격은 올해 1월까지 26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1월 주택 리스팅 중간 가격도 지난 해에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13%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미국 주택 시장이 호황세를 유지한 가운데 주택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바이어 사이에 매물 확보를 위해 매입 가격을 올리는 소위 ‘비딩 전쟁’(bidding wars)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바이어 사이에 비딩 전쟁이 심화되면서 주택 구매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주택 구입을 하지 못한 바이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딩 전쟁에서 밀려나 주택 구입을 하지 못한 바이어는 전체 바이어 중 40%를 차지해, 1년 전 19%에서 무려 21%포인트나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레드핀’(Redfin)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주택 매물을 놓고 비딩 경쟁을 했다는 바이어는 전체 중 56%나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52%에 비해 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비딩 전쟁이 점차 심해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바이어간 비딩 전쟁 현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격화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가장 비딩 전쟁이 심한 곳으로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로, 주택 매물 10개 중 9개에서 바이어의 매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고가 78.9%, 베이지역이 77.1%로 뒤를 잇고 있으며, 덴버(73.9%), 시애틀(73.8%) 순으로 비딩 전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