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지나며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남가주 지역의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파티를 벌이거나 금지된 영업을 강행하는 행태들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사회는 물론 한인사회에서도 암암리에 모임을 갖고 회식을 하는 등의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어 ‘수퍼 전파’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전체 누적 확진자수가 300만 명을 넘어서고 LA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카운티가 되는 오명을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각심이 무뎌지는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인 A씨는 최근 주말에 오렌지카운티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 20여 명이 팀을 이뤄 골프를 함께 쳤다. A씨 일행은 골프 라운드 후 지인들과 함께 인근의 한인 운영 식당에서 점심 회식까지 했다. 그러다 하루 뒤 골프와 회식에 참여했던 20여명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놀랐다고 한다. 부랴부랴 받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같이 골프를 치고 회식을 했던 일행들 중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A씨를 포함한 일행 모두가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A씨의 한 지인은 “골프 일행들 중 현재 2~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음성 결과를 받았지만 바이러스 잠복기간을 고려해 격리 중이라고 들었다”며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골프장, 식당 등 바깥 외출을 하고 있어 ‘수퍼전파자’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행이 회식을 한 식당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실내 및 패티오 영업 제한 가이드라인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 당국의 방역 수칙과 제한령을 무시하는 사례들은 이같은 소규모 모임이나 회식 등에서부터 대규모 불법 파티에 이르기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LA 카운티 셰리프국 등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파티 등에 참석해 ‘수퍼전파자’ 역할을 하는 주민들에게 티켓을 발부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주말 사우스 LA 지역에서 대규모 파티에 참석했던 167명이 또 다시 적발돼 정부의 방역수칙을 어긴 혐의로 티켓을 발부 받았고, 다른 50명은 경고를 받았다. LA 경찰국(LAPD)와 LA 카운티 셰리프국은 단속 강화를 통해 대규모 모임, 집회, 파티 등을 일절 금지시키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봉쇄령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지쳐가는 주민들의 일탈이 이어지고, 일부 업소들은 생존을 위해 공공연히 영업 제한을 무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식당 관계자는 “식당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운영을 이어가다 혹여 단속에 적발되면 1,000달러 정도의 벌금을 내지만, 그냥 망하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고서라도 영업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하는 곳들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미주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미시 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은 “어떤 식당은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의 룸메이트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는데도 이 직원을 격리시키지 않고 계속 일을 시킨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