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무급휴직 상태에 놓은 취업비자(H-1B)신분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이민당국의 구제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오는 6월말까지 약 20만 명에 달하는 H-1B 이민자들이 합법체류 신분을 상실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 19 사태로 H-1B 신분을 가진 취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연방 이민 당국이 이들을 위한 구제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6월 말까지 20만 명 이상의 H-1B 노동자들이 합법비자 신분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미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조치로 일자리를 잃은 H-1B 이민자들의 실직 기간이 1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새로운 직장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H-1B 비자 신분자는 실직 또는 무급휴직 상태로 60일을 넘게 되면 자동적으로 비자가 취소돼 불법 체류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 치과에서 일하다 무급휴직 상태인 한 인도계 H-1B 이민자의 사례를 지적했다.
인도계 이민자 마나시 바사바다는 2년째 일하던 치과로부터 지난 3월 중순 무급휴직 통보를 받아 1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3주가 지나면 H-1B 신분을 잃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앞으로 3주 이내에 H-1B 비자를 스폰서해 줄 고용주를 찾아 이직하거나 체류신분을 변경하지 않는 한 바사바다가 합법체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니스카넨 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로 실직하거나 무급휴직 상태에 놓인 취업비자 신분 이민자가 현재 미 전국에 약 25만여명 정도이며, 이들 중 약 20여 만명이 H-1B 신분자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실직 또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약 20만명의 H-1B 이민자들은 6월 또는 그 이전에 체류신분을 잃게 된다는 것이 니스카넨 센터의 분석이다.
김성환 변호사는 “취업비자를 소지한 이민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60일을 넘기게 되면, 합법체류 신분을 잃게 되는 것이 취업비자 규정”이라며 “60일을 넘기기 전에 새 직장을 찾거나 방문비자 등으로 체류신분 변경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근무시간이 축소된 H-1B 신분자들은 근무조건 변경 서류를 반드시 이민국에 제출해야 체류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19 사태로 대면 이민업무가 중단된 데다 이민서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H-1B 이민자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H-1B 비자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이민자들의 현재 비자 갱신을 제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이로 인해 H-1B 직원 의존도가 높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비자기한 만료를 앞둔 H-1B 직원들의 비자기한을 오는 9월10일까지 연장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