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사라진 미국 첩보원은 어디에 있을까. 가족은 실종된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이란 감옥에서 숨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란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 사망 사실을 부정한다. 그의 죽음이 확인될 경우 트럼프가 공 들였던 해외억류 미국인 귀환 노력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트럼프 한 마디에 레빈슨 사망은 ‘미스터리’가 돼가는 형국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전 FBI 요원 로버트 레빈슨(72)의 가족은 25일 트위터 성명를 통해 “우리는 최근 레빈슨이 이란 구금시설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미 관리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레빈슨이 처음 뉴스에 등장한 건 2007년 3월7일이다. 이란 키시섬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그는 3년 뒤 긴 수염을 기르고 주황색 수의를 입은 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그가 어디에 수감됐고, 누가 억류했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생존 여부를 떠나 레빈슨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란 정부는 발뺌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해 11월 거듭된 유엔 질의에 “이란 혁명법원에서 해당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만 했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가 하도 압박하니 조사 정도는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미 행정부의 태도도 석연치는 않다. FBI는 앙숙인 이란 억류를 전제로 레빈슨 관련 제보에 2,500만달러의 포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실종 당시 신분이 명확하지 않아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불거졌다. AP는 2013년 “레빈슨은 FBI에서 은퇴한 뒤 중앙정보국(CIA) 의뢰를 받아 간첩 행위를 했고 가족은 함구 대가로 CIA에서 연간 25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CIA는 관련 보도를 일축했다.
가족 입장에선 미국이라도 죽음을 확인해 주면 좋으련만 트럼프가 뜬금없이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레빈슨이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유는 11월 대선과 연관돼 있다. 트럼프는 2017년 북한에 200만달러를 주면서까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데려 왔고, 치적으로 떠벌렸다. 레빈슨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최장기 인질’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만약 이란이 레빈슨 송환을 허용하면 매우 긍정적인 조치로 해석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사망을 부정하는 건 “대선 국면에서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란 해석이 많다. 대선 승리를 위해 자국민 실종 사건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