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주택 시장이 올해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세법과 외국인 구입 급감으로 일부 지역 고급 주택은 주택 시장 침체 수준으로까지 급락했다고 NBC 뉴스가 보도했다. 고급 주택 시장 불황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구입 급감이다. 외국인 주택 구입 자금이 한때 물밀듯 유입되며 고급 주택 시장 활황에 불을 지폈지만 지금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4월과 2019년 3월 사이 외국인 주택 구입 규모는 거래 금액과 거래 건수 면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36%와 약 31%씩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외국인 구입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본국의 자금 해외 유출 통제, 미국 부동산 가격 급등, 미국 내 정세 불안, 시장 포화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급 주택 시장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뉴욕시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뉴욕시 부동산 거래는 약 25%나 감소했을 정도로 불황을 겪고 있다. 부동산 감정 평가 업체 더글러스 엘리만 앤 밀러 새뮤얼에 따르면 뉴욕시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거래 불황 여파로 올해 3분기 약 14%나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때 외국인 부동산 구입이 많았던 플로리다 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터데임 법대와 핏제럴드 부동산 연구소의 토마스 도어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시행된 개정 세법을 고급 주택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도어 교수는 “주거용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모기지 이자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라며 “그러나 개정 세법 시행 이후 재산세 비율이 높고 고가 주택이 밀집한 뉴욕과 가주 주택 보유자들이 타주에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지역의 경우 외국인 구입 감소가 고급 주택 시장 불황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키스 컴퍼니의 마이크 파파스 대표는 “플로리다 남부 부동산 시장에서 유럽, 캐나다, 중남미 구입자들이 약 3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 현상도 외국인 구입 감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률 자문 회사 미랜드 러시&버드윅의 마크 미랜드 파트너 변호사는 “경기 침체로 달러 가치가 폭락했을 당시 외국인 부동산 구입이 물밀듯 유입된 것과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정치적 불안도 고급 주택 시장 불황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고급 주택 구입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치 상황이 외국인들의 눈에 안정적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구입 자금의 유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을 비롯, 여러 국가에서 엄격한 해외 자금 송금 규정을 시행하고 있어 외국인 구입자들에 의한 주택 현금 거래 비율도 현저히 감소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