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중이던 관광산업 위축에‘전전긍긍’
연휴시즌 준비 중 한인 관광업계도 촉각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최모(50)씨는 와인 애호가다. 3년 전 와인의 맛에 빠진 뒤로 아내와 함께 1년에 2~3차례 와인 산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다양한 와인을 맛보며 직접 구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와인 산지 방문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씨는 불안한 마음이다.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에 산불이 난데다 강제 정전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다음 달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을 활용해 나파를 둘러 볼 계획인데 산불로 알 수 없게 됐다”며 “산불 피해가 적다고 해도 어디 갈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와인의 메카’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가 눈물을 머금고 있다. 이번에는 산불에다 정전까지 더해지면서 예전의 ‘와인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28일 LA 한인 여행업계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 밸리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와인 관광 상품에 일정부분 타격을 받은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틱 파이어’로 명명된 미국판 도깨비불이 가주 일대를 덮치면서 와인 산지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화마는 소노마 카운티를 덮치면서 1869년에 지어진 고급 와인 양조장인 ‘소다 록 와이너리’가 불탔다.
이에 앞서 가주 최대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27일 저녁부터 36개 카운티 230만명에 대해 예방적 강제단전 조치를 시행했다. 와인 산지인 나파와 소노마카운티 지역도 포함됐다.
한인 여행업계는 화재 피해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달 추수감사절 연휴 상품으로 북가주 와인 산지 방문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 중년층을 중심으로 와인 산지 방문 여행객들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번 산불로 자칫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에 위치한 와인 방문지가 화재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한 한인 여행업체 관계자는 “연휴 상품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나파 지역 산불 피해 소식을 들었는데 사태 추이를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 대체지를 확보해 비상 상황에 대비할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번 산불로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의 관광 산업이 다시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2년 전 화재 피해에서 지역 경제가 회복 중인데 또 다시 산불과 정전 사태를 맞아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 지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파와 소노마카운티에만 약 4만여명이 관광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난해 2개 카운티의 관광 수입은 40억달러에 달할 정도다. 나파 카운티의 경우 지난해 방문객 수는 380만명으로 2016년에 비해 8.9% 늘었다. 수입도 22억달러로 15.9% 상승했다.
이에 반해 소노마 카운티는 호텔 공실률이 지난해 4% 가량 떨어지고 소매업계 매상도 5% 하락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불과 정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면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의 방문객이 줄어들어 지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나파와 소노마카운티의 와인 양조업계와 요식업계는 사회관계망(SNS)을 활용해 화재 피해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2년 전 화마 피해 기억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