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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차량의 가상 엔진음...자동차 소음 사라지는 시대 보행자 안전 위한‘가짜 소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10-10 08:08:53

전동화,엔지음,자동차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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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연비 향상,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순수 내연기관보다는 전동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전동화 차량은 순수 전기차(EV)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차량(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 수소전기차(FCEV) 등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는 것.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보다 정숙성에서 월등히 뛰어나다. 하지만 너무 조용한 나머지 주차장, 골목길 등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등 조용해졌지만 사고 위험 커져

EU 신차 등 인공 경보음 의무화… 전기모터 소리 증폭시키거나

 가상 엔진음이나 별도 경고음, 스피커 통해 외부로‘부릉부릉’

 

 

 

■일부러 소음 만드는 자동차들

지금까지 정숙성은 자동차 성능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였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엔진룸에 흡·차음제를 장착해서 소음을 외부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엔진음 반대 영역의 음파를 이용해 소음을 줄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ANC)’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전동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안전을 위해 일부러 소음을 만들어야 하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

아직까지 전동화 차량의 무소음 때문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위험성은 이미 증명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는 엔진음이 없어서 보행자에게 2m가량 접근해야 보행자가 차량을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차의 경우 10m 내외의 거리에서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사고 위험성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1일부터 출시되는 4개 이상의 바퀴가 달린 모든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신차에 반드시 ‘어쿠스틱 차량 경보 시스템(AVAS)’을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을 시행했다. UN의 유럽경제위원회 규정(ECE R138), EU 자동차 소리 수준에 관한 규제에 따라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

이 법에 따르면 AVAS는 시속 20km까지 주행하는 차량에 대해 최소 56데시벨(dB) 이상의 수준으로 소리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는 전동칫솔 또는 문서 파쇄기의 소음 수준과 맞먹는 수치다. 또 이 법은 AVAS 소리는 보행자나 다른 도로 이용자들에게 차량 운전 상태를 알려 주는 지속적인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도 2020년 9월부터 모든 전동화 차량을 대상으로 시속 18마일 미만으로 주행할 때 가상의 소리를 내도록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국토교통부 역시 시속 20km 이하의 주행 상태에서는 75dB 이하의 경고음을 내야 하고, 전진 주행할 때는 속도 변화를 보행자가 알 수 있도록 주파수 변화를 줘야 한다고 규정했다. 전동화 차량의 무소음이 시청각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보행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인공 경고음 

이에 따라 자동차와 음향 전문 업체들은 ‘가상 엔진음 시스템(VESS)’ 개발에 나서고 있다. VESS는 엔진음 또는 경고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차량 접근을 보행자에게 알린다. 전동화 차량은 VESS를 재생하기 위해 엔진룸 안쪽에 스피커를 설치한다. 그러나 엔진룸 안쪽 스피커는 소리가 공기 중으로 나가는 방사 효율이 낮은 데다, 소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공명(특정 주파수에서 진동이 커지는 현상) 구조가 바뀌어 당초 의도와 다른 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소리는 마찰, 충돌, 폭발, 공기의 흐름 등으로 공기 분자가 떨리는 것이 귀로 들리는 물리적 현상이다. 엔진룸처럼 제한된 공간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전달 과정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특정 경고음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단순히 엔진음을 녹음해서 속도나 모터회전수(RPM)에 따라 음량을 키우고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존 엔진 소리를 연료별·특성별·속도별로 다양하게 합성해서 기본 공명 주파수에 최대한 맞게 설정하는 방식을 쓴다.

자동차 전장 전문업체 ‘하만’은 선도적인 VESS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하만은 2009년 ‘차량 외부 음향 솔루션(eESS)’이라는 자체 AVAS를 개발했다. eESS는 특정 소리를 생성해 차량의 전방과 후방에 위치한 스피커를 통해 재생한다. 속도, 연료 조절 위치 센서를 통해 eESS 신호의 양과 특성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보행자에게 차량의 접근을 경고해 준다. 자동차 업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AVAS 관련 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하만의 eESS 기술을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다.

eESS는 경고음을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보면 전기모터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방식, 가상의 엔진음을 재생하는 방식, 완전히 새로운 경고음을 재생하는 방식이 있다. 각각의 세부 방식은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eESS 시스템은 운전자가 가속장치를 밟는 정도, RPM이 올라가는 정도를 센서가 인지해 eESS 조종기로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eESS 조종기는 잔류 소음 파장을 분석해 보행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경고음을 만들어 내고, 차량 전·후방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 재생한다.

■경고음에도 브랜드 특성 가미

한국내에서도 VESS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자석(마그넷) 스피커를 대신 진동 스피커로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인 자석 스피커는 특정 방향으로 소리가 쏠린다(지향성). 반면에 진동 스피커는 자동차 덮개(후드) 판을 울리는 방식이라 어떤 곳에 설치하더라도 전후, 좌우로 소리가 고르게 퍼진다(무지향성).

한국내 중소기업인 예일전자는 출력과 크기를 키운 진동소자를 후드 안쪽에 부착하는 ‘자동차용 무지향성 가상 엔진 사운드 액추에이터’ 방식을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이 방식은 사방으로 소리가 퍼져서 보행자 안전도 보장하지만, 엔진룸 설계 구조도 단순화할 수 있다. 별도 스피커를 설치할 필요 없이 후드와 VESS 음원을 일체형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VESS는 엔진음으로 브랜드 특성을 나타내던 업체들에 전동화 시대의 솔루션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 독일 포르셰의 VESS는 기존 엔진음을 증폭한 소리를 내도록 했다. 실제 엔진음이 과장되거나 고의적인 소리를 합성하지 않고, 전력 장치의 소리를 증폭시킴으로서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BMW는 유명한 독일 음향 감독 한스 짐머와 협업해 가상 엔진음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류종은 기자>

 

전동화 차량의 가상 엔진음...자동차 소음 사라지는 시대  보행자 안전 위한‘가짜 소음’
재규어의 전기차‘I-페이스’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이 차량은 시속 20km 이하 속도에서 보행자, 교통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가상 엔진음을 재생한다.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전동화 차량의 가상 엔진음...자동차 소음 사라지는 시대  보행자 안전 위한‘가짜 소음’
자동차 업계에서 인공소음 연구가 한창이다.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은 엔진 소음을 감소시켜 최적의 음향 환경을 구축하기도 하고, 반대로 고성능 스포츠카 같은 엔진음을 생성시켜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만 제공> 가운데 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순수 전기차의 경보 발생 장치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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