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거주 한인, 본보에 공개
1952∼53년 선전물 등 수백점
교수형 장면 등 잔혹행위 묘사
학술 가치... 유네스코 등재 도움
한국전쟁 당시 경상남도 거제도 북한군 포로수용소 실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미공개 자료 수백 점이 대거 발굴돼 주목된다.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김태진 국제지도수집가협회 한국 대표는 4일 본보에 지난 1952~1953년 거제군 포로수용소의 북한군 포로들이 직접 제작한 각종 공산주의 선전물들과 340쪽 분량의 유엔군 내부문서 등 수백 점에 달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아 학술적 의미는 물론 현재 추진 중인 거제포로수용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개 자료들은 당시 북한군 포로들이 매우 조직적으로 공산화 교육과 활동을 전개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1953년 7월 제작됐다고 기록된 ‘등대’라는 제목의 잡지에는 공산주의 찬양 사설과 기사, 시 등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 등대 잡지에는 9호라고 적혀 있어 북한군 포로들이 정기적으로 사상 교육을 위한 매체를 만들어 포로들에게 배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잡지는 특히 유엔군들이 포로들에게 제공한 담뱃갑 포장지 뒷면을 여러 장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지면을 만들었고, 정교한 필체의 글과 그림으로 편집됐다. 그림의 경우 다양한 색상의 채색을 하는 등 상당한 미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점이 눈에 띈다.
또 작자가 ‘태봉’이라고 명시된 ‘화극 변절자의 죽음’ 책자 역시 포로수용소 내 공산주의자들이 비공산주의자 포로들에게 가한 잔혹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이 책자는 ‘진리를 잃은 가엾은 변절자의 말로’라는 글귀와 함께 한 포로가 교수형에 처해진 장면이 정교하게 그려진 수채화 등 당시 포로수용소 내부 상황을 묘사한 있는 그림 38장으로 이뤄졌다.
이들 자료는 당시 북한군 포로들을 수용소 내에서 친공산주의 조직을 만들고 활발히 활동했음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포로수용소 내에서 반공으로 전향하는 이들에 대한 친공세력의 두려움이 컸고, 사상 교육과 보복이 격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진 대표는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은 당시 유엔군 사무관으로 활동했던 미군 조지 아치볼드 스콜이 수집한 것으로 후손들이 고서 시장에 내놓은 것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뉴욕=서한서 기자
김태진 대표가 공개한 거제도 북한군 포로수용소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