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과 임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당분간 그런 고민은 필요 없게 될 전망이다. 주택 가격과 이자율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주택 구입보다 임대가 유리한 지역이 점차 늘고 있다. 가구 소득 중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세입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만 그래도 ‘구입보다는 임대가 낫다’라는 인식이 주택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CNBC가 최근 보도했다.
‘집값 및 이자율’상승에 임대가 유리한 곳 증가
주택구입지 상승폭, 임대료 상승폭의 3배 달해
■ 이제는 주택 임대가 구입보다 유리하다
지난 10년간 ‘주택과 임대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의 답변은 어김없이 구입이었다. 10년 전 발생한 주택 시장 침체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가격이 폭락했고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모기지 이자율까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후 절호의 주택 구입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구입자들이 주택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갑작스러운 주택 수요 급증으로 인한 매물 부족 현상이 현재까지 해소되지 않아 주택 가격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임대료 상승 속도를 앞지르면서 10년간 유지된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하다’라는 공식이 올해 드디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극심한 임대 매물 부족으로 인해 ‘무리해서라도 내 집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라는 주택 세입자들의 하소연은 올해 초 모기지 이자율까지 오르면서 현재 쏙 들어간 상태다.
■ 주택 구입비 상승폭 임대료 상승폭의 3배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의 최근 조사에서 주택 임대가 구입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거주용 주택 구입 비용은 무려 약 14%(월간 비용 기준)이나 치솟은 반면 주택 임대료는 약 4% 오르는데 그쳤다. 주택 구입비가 임대료보다 무려 3배 이상이나 급등하면서 전국적으로 임대가 구입보다 유리한 지역도 하나둘씩 증가하고 있다.
주택 구입과 임대의 장점을 역전시킨 요인은 최근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주택 가격이다. 수년째 이어진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집값을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주택 임대료가 여전히 상승세임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등으로 인해 주택 구입보다 임대가 유리한 지역이 늘어났다. 지난 7월 전국 카운티 중 주택 구입 비용이 임대 비용보다 낮은 지역은 약 35%로 지난해 약 44%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주택 매매 시장은 주춤
대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임대가 유리한 도시가 구입이 유리한 도시를 앞질렀다. 전국 23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주택 임대가 유리한 도시는 애틀랜타, 달라스, 덴버, 휴스턴, L.A.,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16개 도시였다. 반면 구입이 유리한 도시는 시카고, 클리블랜드 등 7개 도시에 불과했다.
구입보다 임대가 유리한 지역이 증가하면서 과열된 주택 시장의 열기를 식혀줄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 시장 열기가 가라앉는 현상은 지난 7월부터 일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주택 매물량은 전년 대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수년 만에 처음이며 그동안 전년보다 매물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매면 반복된 바 있다. 가파르기만 했던 주택 가격 상승폭 역시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투자 측면에서도 임대가 유리
주택 임대 비용이 구입에 비해 단순히 낮은 것뿐만이 아니다. 주택 임대를 통해 기대되는 투자 효과가 주택을 구입할 때보다 더 높아졌다.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과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은 주택 임대로 절약되는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할 때의 수익이 주택 보유 시 발생하는 자산 가치 증대 효과보다 높아졌다는 공동 조사 결과를 최근 밝혔다.
주택 임대로 인한 투자 수익이 주택 보유에 따른 자산 가치 증대 효과를 역전한 것은 201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다니엘 해일 리얼터 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운페이먼트처럼 목돈이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도 모기지 페이먼트와 같은 월간 주택 보유 비용이 급등하면서 주택 구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라며 “특히 지난 1년간 주택 구입 능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주택 구입에 따른 장점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 지난 3년간 집값 급등해 구입 장점 사라져
그동안 주택 구입에 따른 장점이 많았던 것은 2008년 발생한 서브 프라임 사태에 따른 주택 가격 폭락 때문이었다. 수백만 채에 달하는 주택이 은행에 압류된 뒤 차압 매물로 주택 시장에 다시 나오는 과정에서 주택 가격 폭락을 이끌었다.
주택 가격은 이후에도 수년간에 걸쳐 추락을 거듭하던 중 2012년 드디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2012년 이후 서서히 오르던 주택 가격은 지난 3년간 상승폭을 크게 확대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가격이 회복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가격은 지난 주택 시장 호황이 정점을 이뤘던 2006년 최고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집값 당분간 조정기, 급락은 없을 것
리처드 번스타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정기적으로 순환을 거듭하는 주택 시장의 특성에 비춰볼 때 최근 주택 가격 급등은 예견된 현상”이라며 “주택 가격과 이자율이 낮고 소득 증가가 막 이뤄지는 초기에는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춘 구입자 많다”라며 “그러나 이자율과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말기에는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되기 마련”이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주택 시장 정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주택 가격 급락과 같은 현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윌리엄 하딘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 부동산 연구소 디렉터는 “과거 대비 모기지 이자율이 여전히 낮고 서브 프라임 원인인 ‘정크 모기지’ 비율도 매우 낮아 주택 가격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고용 실적 개선, 소득 증가, 대출 기준 강화 등으로 주택 시장 경착륙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