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오퍼만 들어오거나 예상 못한 재정악화 땐 중단을
심각한 주택 결함 발견땐 수리한 뒤 집을 다시 내놔야
서부 대도시 지역의 경우 매물이 나오면 한 달여 만에 팔릴 정도로 매매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다고 모든 매물이 다 빨리 팔리는 것은 아니다. 집을 내놓은지 몇 달이 되도록 바이어의 ‘입질’이 없다면 셀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 거래가 활발한 여름 성수기가 다 지나도록 진전이 전혀 없다면 주택 매매를 잠시 접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이 매매 중단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를 모아봤다.
■ 예상치 못한 재정 악화
내놓은 집이 팔리면 새로 이사 갈 집을 구입해야 한다. 집이 팔리기 전에 예기치 못한 재정 악화가 발생해 새 집 구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주택 처분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일했던 직장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게 되면 소득 감소는 물론 모기지 대출에 필요한 고용 상태를 증명하는 것도 힘들다. 새로 안정된 직장을 얻을 때까지 주택 처분을 미루고 기존 주택에서의 거주를 연장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히 해고는 피했지만 근무 시간이 줄어 소득이 감소해도 새 집 구입 과정에 차질이 생긴다. 부채는 그대로인데 소득이 줄어 중요한 모기지 대출 자격 조건 중 하나인 ‘부채 상환 비율’(DTI)이 상승하면 모기지 대출을 거절당하기 쉽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도 기존 주택 처분을 잠시 미뤄야 하는 경우다. 의료비, 차량 수리비, 주택 수리비 등이 갑작스러운 비용의 경우에 해당된다.
■ ‘헐값 오퍼’만 들어올 때
집을 내놨는데 기대했던 가격대의 오퍼는 들어오지 않고 내놓은 가격에 턱없이 부족한 가격의 오퍼만 제출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셀러의 의지에 따라 바이어가 원하는 가격의 오퍼를 제출할 때까지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그러나 처음 내놓은 가격에서 조금도 낮춰 받을 생각이 없다면 아예 매매를 거두는 것이 미래 처분을 위해 오히려 현명한 결정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의 ‘헐값 오퍼’가 제출되는 데는 그럴만 이유가 있다. 가장 흔한 이유는 매물 호가인 ‘리스팅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너무 높은 ‘오버 프라이스’(Overprice)된 가격일 때다. 오버 프라이스 매물은 헐값 오퍼만 제출될 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으로부터 ‘왕따’를 당해 아예 오퍼가 전혀 제출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매물이 가격 인하 없이 팔리지도 않고 주택 시장에 장기간 나와 있으면 바이어들의 무관심은 점차 의심으로 바뀐다.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이 바이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미래에 집을 팔 때도 영향을 받는다.
■ 심각한 주택 결함 발견 시
집을 내놓은 뒤 심각한 건물 결함이 발견되면 주택 매매가 이뤄지기 힘들다.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해 주택 매매 계약서에는 바이어를 보호하기 위한 홈 인스펙션 컨틴전시 조항을 두고 있다. 주택 매매 계약 체결 뒤 건물 결함이 발견되면 바이어 판단에 따라 바이어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발견된 결함의 상태에 따라 주택 매매 기간 동안 셀러가 수리를 하거나 바이어 측에게 수리비 명목의 보상금을 제공하는 형태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셀러가 수리 또는 수리비 제공 의사가 없거나 발견된 결함이 심각해 바이어의 취소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면 향후 주택 처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택 처분을 일시 중단하고 발견된 결함을 깔끔하게 수리한 뒤 집을 다시 내놓을 때 제값을 받을 기회도 많아진다.
■ 업데이트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주변 매물 시세에 맞춰 집을 내놓았는데도 바이어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경우도 있다. 내놓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매물 조건이 바이어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비슷한 가격에 나온 옆집의 경우 최신 리모델링 트렌드가 반영된 주방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 집 주방은 예전 그대로라면 옆집 매물에 비해 가격이 높게 나온 매물인 셈이다. 집을 보고 간 바이어들이 한결같이 낙후된 매물 조건을 지적한다면 내놓은 집을 시장에서 거두고 바이어들의 반응이 반영된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 바이어스 마켓
가격에도 문제가 없고 매물 조건도 양호한 데 집이 팔리지 않으면 주택 시장 상황이 원인이다. 요즘처럼 집을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이른바 초강력 ‘셀러스 마켓’ 상황과 반대인 ‘바이어스 마켓’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2008년 주택 시장 붕괴 직후 바이어가 전혀 없어 아무리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놔도 오픈 하우스에 파리만 날리던 때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주택 매매 속도가 빨라졌지만 동부 일부 도시의 경우 주택 매매에 약 4개월씩 소요되는 지역도 있다. 이런 주택 시장 상황에서는 리스팅 에이전트와 셀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노력만큼의 결실을 거두기 힘들다. 주택 처분이 급하지 않다면 주택 시장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현명한 결정이다.
■ 무능한 리스팅 에이전트
유능한 부동산 에이전트 한 명만 찾으면 ‘천군만마’도 부럽지 않다. 그만큼 주택 매매 시 부동산 에이전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능한 에이전트를 찾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검증에 검증을 거쳐 선택한 에이전트가 무능한 에이전트로 판명 나면 주택 매매 과정도 쉽지 않다.
부동산 에이전트와 리스팅 계약을 맺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계약 취소가 어렵기 때문에 대신 내놓은 주택 매매를 ‘중단’(Withdraw) 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리스팅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새 에이전트를 찾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준 최 객원기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경우 매매를 잠시 중단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