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불링 시달려
전문기관 상담 급증
한인 주부 이모씨는 부쩍이나 말수가 줄어든 중학생 자녀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8월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돼 학교에 다니던 딸이 약 2주 전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가기싫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걱정된 마음에 딸아이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지만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하고만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원인을 알 수 없이 아이가 힘들어 하자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카운슬러를 찾아갔다”며 “그 결과 아이와 같은 반인 친구가 딸의 소셜미디어에 욕설을 올리며 다른 친구들과 함께 딸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하소연을 했다.
또 다른 한인 고교생 김모군은 요새 밤마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갑자기 사이가 멀어지면서 페이스북에 김군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 김군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김군은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보려고도 했지만 일을 더 크게 만들까봐 그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이처럼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이른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현상이 청소년들 사이에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 대상이 한인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로 인해 우울증에까지 시달리는 등 한인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17 온라인 괴롭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4명이 이를 직접 당한 경험이 있고, 10명 중 6명은 주변 지인들의 피해를 알고 있다고 답해 ‘사이버 불링’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사이버불링 실태는 훨씬 더 심각해, 사이버불링 방지 비영리단체 ‘노불링닷컴’에 따르면 전국에서 한 해 100명 이상의 10대 청소년들이 사이버불링 때문에 목숨을 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청소년들은 관련 사실을 숨기려 하기 때문에 이같은 수치는 실제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사기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사이버 왕따’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면서, 주정부 당국들도 수년전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 제정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법은 학교내는 물론 이메일, 즉석 메시지, 소셜미디어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협박, 조롱 등을 모두 금지한 것으로 정신건강 및 신변 안전에 위협이 우려되는 모든 왕따 신고에 대해 학교의 즉각적인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5일 한인가정상담소의 김동희 홍보팀장은 “한인가정상담소에 자녀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 중에서 상담주제로 사이버 불링에 대한 의뢰는 꾸준히 있다”며 “자녀들이 평소와 달리 성적이 떨어지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아프다고만 하는 등 다른 점이 발견되면 이는 아이들이 도와달라는 무언의 표시일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자녀와 대화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통해 아이들이 이상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의 경우 어려움을 부모하고 대화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문 상담가 연결해서 꼭 조기에 도움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