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까다로워지자 핀테크사들 가세
주택 매각시 이익 일정 비율 가져가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를 빌려주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다운페이먼트가 모자라 주택 구입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색다른 대출 업체다. 이들은 주택의 에퀴티를 담보로 대출해주고 주택 소유주가 집을 팔면 다운페이먼트와 함께 집값 상승분까지 합쳐 되돌려 받는다. 엄밀히 따지면 대출이 아니라 공동 투자다. 집 구입자와 다운페이먼트를 공동으로 투자한 후 집을 팔면 비율대로 이익을 나눠먹는 방식이다.
요즘 렌트비 폭등과 학자금 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첫 주택구입자들의 다운페이먼트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비즈니스가 다운페이먼트를 빌려주는 업체다.
‘유니슨’(Unison)이라는 업체는 바이어들에게 다운페이먼트를 빌려주고 주택의 퀴티를 공유하는 홈-바이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빌려준 다운페이먼트는 공동 투자 형식이므로 집을 팔 때 되돌려 받는다.
집을 구입하려면 최소 20% 이상의 다운페이먼트는 내야 비싼 모기지 인슈런스 부담에서 벗어난다. 모기지 인슈런스는 모기지를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융자회사들이 바이어들에게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일종의 보증 보험이다.
따라서 20% 미만의 다운페이먼트를 내는 바이어들은 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월 모기지 상환금과 함께 추가로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능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퀴티 담보 비즈니스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비영리 단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다운페이먼트 보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사설 업체가 일반 주택에서 대해 다운페이먼트를 공동 투자해 이익을 나눠먹는 비즈니스는 없었다.
그동안 모기지의 일부를 투자한 후 일정 기간 뒤에는 에퀴티 상승분을 나눠먹는 모기지 투자 업체들은 있었지만 다운페이먼트 공통 투자는 처음이다.
모기지 대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요즘 같은 융자 환경 속에서는 다운페이먼트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운페이먼트를 적게 하면 대출 심사도 매우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춘 일명 ‘핀테크’ 회사들이 다운페이먼트 보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특히 20% 다운페이먼트가 6자리수(10만달러 이상)를 넘는 대도시 주택 시장에서 더욱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유니슨’과 함께 올해 후반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작할 경쟁업체 ‘오은 홈 파이넌스’(OWN Home Finance)는 수년전부터 모기지 대출 때 에퀴티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오은 홈 파이넌스’의 브라이언 베일리 공동 창업자는 “요즘 같은 주택 시장에서는 좋은 크레딧을 가진 사람들조차 수십만 달러의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지 못해 집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우리의 상품이 사다리 역할을 하면서 내집 마련과 함께 재산 증식에 큰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다운페이먼트 공동 투자
‘유니슨’ 다운페이먼트 대출 프로그램은 다운페이먼트의 50% 또는 주택 가격의 총 10%를 빌려 준다.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는 나중에 집을 팔 때 ‘유니슨’에 주택 상승분의 35%를 갚는다. 또 집을 팔았는데 오히려 마이너스 에퀴티가 발생해 손해를 봤을 경우에도 보통 손실금의 35%를 유니언과 분담한다.
다운페이먼트는 대출이 아니다. 투자다. 그렇다고 ‘유니슨’이 주택 소유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점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집을 팔 때까지 내야하는 페이먼트도 없다.
다운페이먼트를 받을 때 수속비는 내야 한다. ‘유니슨’의 경우 투자금의 2.5%를 받는다.
예를 들어 ‘유니슨’이 50만 달러 상당의 주택에 대한 20% 다운페이먼트의 절반인 5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수속비용으로 1,250달러를 받는다.
주택 소유주는 집을 팔기 전에 유니슨의 투자 분을 되사거나 집을 팔 때 빌린 다운페이먼트와 주택 가격 상승분의 35%를 갚으면 된다.
집을 팔지 않고 모기지를 모두 갚았다고 해도 빌린 다운페이먼트와 함께 유니슨과의 계약에 따른 주택 상승분의 일정 비율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면 빌린 다운페이먼트만 되갚으면 된다. 값이 오히려 떨어졌다면 빌린 다운페이먼트에서 하락한 비율만큼 공제한다. 손해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제약
어번 연구소의 브릿 시어도스 수석 연구원은 “시험적 운영이 강하지만 결과를 지켜볼만 하다”면서 “주택 가격을 올라가고 임금은 제자리걸음하는 요즘에는 더욱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어도스 등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에는 항상 위험이 상존한다며 결정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대출 회사는 집을 팔 때만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집값의 큰 폭 상승을 전제로 하게 된다.
‘유니슨’은 주택 소유자가 3년 이내에 집을 팔 경우 적용되는 ‘특별 조항’을 두고 있다. 또 재융자를 할 때도 ‘유니언’ 또는 ‘오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에퀴티를 사용할 때 각종 제약을 두고 있다.
‘유니슨’은 주택을 팔 때 ‘적절하게 관리가 돼 왔는지’에 대한 조항도 달고 있다. 제 3자 주택 감정사를 고용하거나 주택 검사원을 고용해 집 주인이 주택 관리 부실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했는지를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만일 이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가 아니라 주택 소유주의 지분에서 그만큼 손실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김정섭 기자>
요즘 주택 구입에 필요한 20% 다운페이먼트 마련이 어려워지자 아예 다운페이먼트의 절반을 공동 투자해주고 나중에 집값이 상승하면 나눠먹는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해리 캠블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