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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스톱 땐 스태그플레이션”… 연준 통화정책 딜레마

미국뉴스 | | 2023-03-15 08:24:13

SVB 파산 후폭풍,중앙은행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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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후폭풍…중앙은행 골머리

 

7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 상원에 출석해 “지금까지 통화정책을 과도하게 긴축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데이터는 그 어느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실버게이트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까지 세 곳의 금융기관이 연달아 문을 닫았다. 금리 인상의 여파였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 불안 변수가 불거지면서 연준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5년 만의 금융기관 줄도산 사태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라는 딜레마가 엄존하는 데도 시장 상황과 안팎의 전망은 연준 등 중앙은행이 긴축의 힘을 뺄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 14일 나온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가 예상치와 같은 전년 대비 6.0%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이들을 외통수로 몰고 가는 형국이다.

 

13일 글로벌 국채 시장은 랠리를 펼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65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1980년대 초 이후 최대 수익률 하락(국채 가격 상승)이다. 2년물 수익률의 사흘간 낙폭은 100bp로 ‘블랙먼데이’로 불리는 1987년 10월 19일 이후 가장 컸고, 2001년 9·11테러 당시 사흘 하락 폭(63bp)도 능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SVB 사태 이후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채권시장은 한 세대에서 가장 가파른 통화 긴축 행진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가에서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25bp 내리고 양적긴축(QT)을 종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JP모건은 3월 25bp 인상을,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동결을 전망했다.

 

14일 발표된 미국의 2월 CPI 상승률 역시 연준이 당분간 금융 시스템 안정과 물가 진정 사이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0.4% 상승해 블룸버그 전망치와 일치했다. 특히 전년 대비 CPI는 이날 2021년 10월 이후 16개월래 최소폭을 기록했으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최고치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중앙은행은 금융 시스템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연준이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전날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에 대응하는 각각의 정책 도구가 있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며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인상을 중단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끝날 수 있다”며 “SVB 파산에 따른 리스크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인 점은 미 재무부와 연준이 전날 모든 예금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후 중소은행들의 예금 인출 사태로까지는 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SVB의 고객사들인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SVB의 예금 인출이 재개된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등 여러 SVB 지점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거나 상담을 받는 모습이었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먹통이 되고 지점의 인출 업무가 더딘 상황에도 고성이나 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무사히 예금을 찾은 헤더 린드 씨는 “15일까지 직원 월급이 나가야 하는데 가까스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며 “당장 필요한 여유 자금만 인출했고 나머지는 인터넷뱅킹이 정상화되면 추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가는 61% 떨어진 채 마감했지만 시간외거래에서 15% 이상 올랐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도 16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깊은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의 2월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8.5%로 지난해 10월 10.7%를 찍은 후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 목표(2%)에 비해 크게 높다. 다만 유럽에서도 시장은 이미 SVB 사태로 인해 ECB의 빅스텝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융 정보 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13일 기준 시장은 이번에 ECB가 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할 것이라는 확률을 약 60%로 봤다. 빅스텝 확률은 40%로 나타났다. 올해 말 ECB 기준금리 전망치도 이달 초에는 약 4%였지만 현재는 3.2%로 크게 낮아졌다.

 

<뉴욕=김흥록 특파원·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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